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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일정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유력 후보들이 공약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그제 정책 대담집에서 현행 21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면서 단계적으로 1년까지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10개월로의 단축을 주장했다. 앞서 모병제 전환을 거론한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최저임금의 15% 수준인 사병 임금을 50%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가로 제시했다. 그는 사교육 폐지도 공약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은 ‘육아휴직 3년법’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조만간 현실화할 인구절벽과 그에 따른 현역병 자원 감소를 고려하면 현행 군 복무제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복무기간을 당장 1년 또는 10개월로 줄이는 것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역대 모든 정권이 복무기간 단축을 접은 것은 공약 이행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더구나 지금 북핵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안보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향후 5년 내에 복무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수다. 공약을 실천에 옮기지 못해도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공약이 분명하다. 추가적인 복무 단축은 기술군 중심의 군 체제 개편 및 모병제 도입 등과 함께 장기적 과제로 검토할 문제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7일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경향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하며 대선과 관련한 현안과 정책 등의 구상을 밝히고 있다. 강윤중 기자

남 지사가 2018년 국민투표를 내걸고 사교육 폐지를 주장한 것도 비현실적이다. 헌재에서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사안이다. 공공부문처럼 민간기업에서도 육아휴직 3년을 보장하겠다는 유 의원의 공약 역시 허용된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앞서갔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인기영합적 공약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다. 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은 데다 선거기간이 짧아 유권자의 시선을 단숨에 끌려는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약을 검증할 시간은 부족하다. 비중이 높아진 50대 유권자층이나 선거에 무관심한 젊은층을 겨냥한 파격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차별을 과감히 줄일 개혁적인 공약은 필요하다. 그러나 재원 대책이 없는 공약, 구체적 실행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약속은 공허하다. 실패한 정권이 또다시 탄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약 검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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