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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챗 GPT’의 웹사이트 화면. 웹사이트 캡처

최근 화제가 된 인공지능(AI)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오픈AI라는 기업이 출시한 대화형 AI ‘챗GPT(생성적 사전학습 변환기)’이다. 대화형 AI 중 최첨단으로 평가받는다. 2년 전 이 AI의 옛 버전이 영국의 한 신문 칼럼을 대신 써줘 화제가 된 바 있다. 새 버전은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이다. 국내 언론들도 이 AI와 나눈 대화 체험을 기사화하고 있다. 가령 ‘인간의 약점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질병과 죽음이다. 그리고 신념 때문에 이익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답한다든가 ‘힘을 길러 언젠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것’이라는 취지의 섬뜩한 답변을 내놓는 식이다. 이것은 ‘로봇’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체코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1922년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들> 이후 수없이 반복돼온 기계의 인간 정복 클리셰와 다름없다.

챗GPT는 신기해할 만하다. ‘산타클로스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지어낸 얘기라는 편지를 내 아들에게 써줘’ 같은 요청에 1초도 안 돼 감동적인 편지글을 써낸다. 주문에 맞게 꽤 적확한 답을 내놓는다. 비상이 걸린 곳은 대학가인 듯하다. 특정 주제로 에세이를 써달라는 요청에 뚝딱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미국 복스뉴스는 이 AI를 수업에 활용한 와튼스쿨 교수의 말을 인용해 “완벽하진 않지만 표절에 걸리지 않고 그럴듯한 글을 써낸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술 진보’에 놀란 나머지 그 비용과 한계를 잊어선 안 된다. 챗GPT는 본질적으로 인터넷상에 있는 무수히 많은 단어 조합이라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투입해 만든 ‘문장 완성 기계’일 뿐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말과 달리 스스로 생각하지는 못한다.

카타르 월드컵의 오프사이드 반자동판독기에서 봤듯이 AI가 잘할 수 있고 인간에게 도움되는 경우가 분명 있다. 하지만 AI 열풍에 가려진 것들도 생각해봐야 한다. 공포든 찬사든 열광적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사고하고 나만의 생각과 논리를 만들어가는 훈련, 힘들여 다른 사람과 이견을 조정하며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정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 아닐까. 기술로 만들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다만 특정 계층(실리콘밸리 자본가 집단)이 그리는 모습이 우리들에게 좀 더 많이 알려지는 것일 뿐이다.

손제민 논설위원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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