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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의 2019년은 특별하다. 16경기9승2패, 평균자책점 1.83.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전체 1위다. 13.43에 달하는 볼넷 대비 삼진 비율도 마찬가지다. 0.90에 불과한 1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리그 1위다. 그의 공은 빠르지 않다. 평균 구속이 시속 146㎞로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시속 150㎞)에 못 미친다. 지난 2년여간 어깨와 사타구니 부상으로 힘든 시기도 보냈다. 투수가 어깨를 다치면 수술을 하더라도 십중팔구는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이 야구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재기에 성공했고 시속 140㎞대의 공으로 메이저리그를 정복하고 있다. 그 비밀은 뭘까. 

우선 건강한 몸이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한화 시절에도 줄곧 어깨에 염증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못 던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수술 후 2년여의 재활기간을 거치면서 프로 입단 때와 비슷한 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공부하는 류현진’도 한몫했다. 선발 등판 이틀 전 건네받은 전력분석표를 완벽하게 숙지한 뒤 경기에 나선다. 지난해까지는 ‘대충 하던 일’이라고 한다. 

다저스가 게시하고 류현진이 공유한 NL 올스타 선발 투수 류현진 이미지

그의 투구는 예측을 벗어난 트위터 제안으로 외교적 성과를 낸 ‘트럼프의 비무장지대(DMZ) 회동’을 연상케 한다. 지금의 메이저리그는 강속구 투수와 이를 받아칠 준비가 돼 있는 타자들의 시대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최첨단 신기술이 지배하는 곳이다. 그런 무대에서 투수 중 하위 9% 수준의 구속으로 타자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타자들의 생각의 허를 찌르는 ‘수 싸움’의 결과다. 전력분석가를 통해 타자를 파악한 뒤 5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섞어 던지는 ‘감성투’로 타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결혼과 함께 심리적 안정을 갖게 된 것도 최고 투수로 발돋움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류현진이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나선다. 그는 특히 KBO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완성차’다. 한국 야구를 온전하게 대표하는 인물인 것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오는 10일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다. ‘메이저리그 몬스터’로 거듭난 그가 보여줄 ‘수 싸움’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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