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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반기문씨가 유엔 제8대 사무총장으로 취임하자 뜻밖에도 중국의 반(潘)씨들이 들썩였다. 그들은 반 총장이 중국 반씨의 후예라며 유엔 사무총장 배출을 반씨 종친의 영광이라고 기뻐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중국 허난성 싱양시의 반씨 시조마을 반요(潘窯)였다. 이곳 반씨들은 “중국 반씨의 시조의 63세손 반문절·반문장 형제가 고려 때 한반도에 건너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의 반씨 종친회 대표를 초청해 시조묘에 합동제사를 올리기도 했다. 2009년 푸젠성 고고학계는 “반 총장 조상의 원적지가 푸젠성 취안저우(泉州)”라고 밝혔다. 싱양에서 갈라져 나온 반씨가 취안저우 반산(潘山)에 뿌리를 내린 뒤 한 지파가 한국으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또 한국 반씨의 원적지가 푸젠성의 취안저우가 아닌 푸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 반씨의 뿌리로 푸톈, 취안저우, 싱양 등으로 갈리지만 중국이란 점은 일치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중국의 반씨들은 반기문씨의 유엔 사무총장 취임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을까. 중국인의 핏줄이 유엔의 수장이 됐다는 혈연적 요인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반기문 총장에 대한 시각과 기대가 투영됐다고 보는 게 옳다. 당시 노무현 참여정부 때의 한·중관계는 호전상태였다. 중국으로서는 라이벌 국가인 인도의 후보보다는 반기문씨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적격이라고 여겼다. 중국이 반 총장을 적극 밀었던 이유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반기문 총장은 중국의 인권문제에는 애써 눈을 감았다. 2015년 중국 인민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이듬해에는 중국 국민에게 중국어 신년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미세먼지 해결의 구원투수로 나선 셈이다. 한반도의 미세먼지 문제는 국가적 난제 중의 난제다. 주변국, 특히 중국의 협조와 이해 없이는 풀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외교에 밝고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반기문 전 총장은 적격으로 보인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 기후온난화 해소 등 기후환경 분야에서 적지 않은 공적을 남긴 반 전 총장이 미세먼지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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