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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는 발명을 부른다. 소비자의 상상은 수요를 일으키고, 사업가의 혁신은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현실화한다.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소비를 하겠다’는 욕구는 배달서비스의 혁신과 번창을 가져왔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자는 물질적인 재화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브랜드)를 소비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는 ‘배달서비스’를 소비하는 사회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배달서비스는 초기에 방문판매업 형태였다. 팔도를 누빈 주인공은 보부상. 이들은 삼국시대부터 지방을 돌며 일용잡화를 팔았고 20세기 초까지 활동했다. 보상은 필묵, 금, 은, 동 제품이나 세공품 등을, 부상은 나무, 그릇, 토기 같은 제품을 취급했다. 연지·분·머릿기름 따위의 화장품과 패물을 팔러 다니던 행상도 있었다. 주로 노파들이 활동했다고 해서 아파(牙婆)라고도 한다. 본격적인 배달업의 시작은 조선 후기다. 조선 실학자 황윤석은 자신의 일기 <이재난고>에 과거시험을 본 다음날 평양냉면을 시켜먹었다고 썼다. 순조가 달구경을 하던 중 ‘냉면을 사오라고 시켰다’는 말도 전해진다. 1920년대 모던보이와 모던걸 사이에 설렁탕을 배달시켜 집에서 먹는 것이 인기였다고 한다. 정기적인 배달서비스의 대명사는 신문과 우유였다. 신문은 자전거, 우유는 리어카에 실려 독자와 소비자를 찾았다.
정보기술의 발달, 1인 가구의 확대, 소비자의 니즈 변화는 배달서비스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통신기술과 배달서비스 발달로 범지구적인 구매·공급이 가능해졌고, 품목은 셀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드론기술을 이용한 무인배달도 현실화하고 있다. 서비스 속도는 가히 광속이라고 할 정도로 빨라졌다. 국내에선 주문 하루 안에 배달하는 곳도 많다.
정부의 주세법 개정으로 한강에서 치킨·생맥주를 시켜먹을 수 있게 됐다. 음식점에서 주류를 배달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자장면에 고량주, 치킨에 맥주처럼 음식과 함께라면 술 배달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의 개선 요구 때문이라고 한다. 배달중독사회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회에서 우리는 ‘호모배달리우스’가 돼가는 건 아닌지.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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