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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언제 시작되는지는 그 봄이 어떤 봄인가에 달려 있다. 매년 우리가 맞이하는 봄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절기상의 봄’은 지난 2월4일 이미 시작됐다. 입춘(立春)에서 입하(立夏)까지 봄, 입하에서 입추(立秋)까지는 여름이라는 식으로 나누는 것이 절기상 계절 구분법이다. 또 다른 봄은 오는 3월21일 시작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春分)에서 낮이 가장 길어지는 하지(夏至)까지가 말하자면 ‘천문학적 봄’이다.
가장 일반적인 계절 구분은 달력에 의한 것일 게다. 양력 기준으로 3월1일이 봄이 시작되는 날이다.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45년 율리우스력을 만들면서 새해 첫 달을 원래의 3월에서 지금의 1월로 옮기면서 그렇게 됐다. 하지만 영국을 비롯한 일부 식민지 국가는 18세기 중반까지 태양이 춘분점을 통과하는 3월25일을 새해 첫날로 삼았다. 음력으로는 1월1일이 봄의 시작이다. 우리는 설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춘절(春節)이라고 부르는 데서 그런 계절 구분 기준을 엿볼 수 있다. 그러니까 ‘양력 봄’은 3월1일, ‘음력 봄’은 올해 2월19일 시작된다.
좀 더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계절 구분법으로는 1979년 이병설 전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가 제안한 방법론이 널리 쓰이고 있다. 기상학계에서는 이 방법론에 따라 ‘9일간의 일 평균기온 평균값이 5도 이상으로 올랐다가 5도 이하로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을 봄의 시작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기상학적 봄’은 해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올해 기상학적 봄은 제주도에서 지난 2월3일, 부산에서 2월12일 이미 시작됐고 광주에서는 오는 3월7일, 서울에서는 3월12일쯤이면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15일 경남 남해시 남면 다랭이마을에 초록빛 마늘싹이 올라와 봄기운을 풍기고 있다. 계단식 밭과 빼어난 풍광이 유명한 이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바다와 마늘밭 사이를 걷고 있다. (출처 : 경향DB)
어떤 봄이 됐든 봄이 어느새 우리 안에 아주 가까이 다가왔음은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서울 홍릉숲의 복수초와 풍년화, 내장산 국립공원의 변산바람꽃과 노루귀 등이 줄줄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렇다. 올해는 이들 봄 전령 식물의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2~3주 앞당겨졌다고 한다. 설을 앞두고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다. 봄은 시작, 소생, 탄생, 활력의 신비한 기운이다. 설이 설다운 것은 여기저기서 전해오는 봄소식이 있어서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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