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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스마트워크

opinionX 2020. 2. 27. 10:43

영화 <네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나오는 주연 샌드라 불럭의 일터는 집이었다. 이른바 ‘재택노동자’다. 그녀가 분석을 의뢰받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가 되고 범죄집단에 쫓기다가 어렵게 자신을 되찾는다는 영화로, ‘인터넷혁명’이 가져올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줬던 기억이 또렷하다. 영화가 개봉된 1995년만 하더라도 ‘재택노동’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이 용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언급했던 1980년이다. 

토플러의 예언은 적중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채택한 국내 기업은 업종별로 이미 10~30%에 이르고, 중소기업 절반 가까이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재택노동, 원격노동, 시차출퇴근 등을 말한다. 통신과 컴퓨터·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시간·장소에 상관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가 가능해진 것이다. 

‘코로나19’가 재택노동 확산의 기폭제가 될까. SK텔레콤 등 대기업, 게임·e커머스 업계,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 네이버·카카오 등이 ‘전 직원 재택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위험을 대비한다는 측면이 강한 이런 흐름은 기술의 발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터이다. SK텔레콤은 “공유·협업 플랫폼 팀즈, 사내포털 ‘마이데스크’를 통해 PC·모바일에서 실시간 쌍방·다중 소통은 물론 문서 작성·결재 등이 수월했다. 업무 공백은 없었다”고 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과 커뮤니티 서비스 ‘아지트’로 전 직원 재택노동 첫날을 어려움 없이 보냈다.   

재택노동의 이점은 많다.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아이·노부모 돌봄이 가능하다. 여성의 경력 중단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 도입 중소기업에 시스템 구축과 노동자 1인당 연간 수백만원의 장려금을 제공하고 있다. 부하직원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상사, 출근 도장을 찍어야 마음 편하다는 노동자가 적지 않다. “함께 일할 때 창의성·생산성은 더욱 커진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여기에 ‘재택노동’을 포함한 스마트워크까지 정착된다면 시민의 삶은 한층 풍성해질 것이다.

<김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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