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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 논설위원
인간의 남성과 여성은 각기 다른 이유로 직립보행을 하게 됐다. 남자는 음경을 드러내기 위해서 뒷다리로 일어섰다. 여성은 정반대의 이유로 두 발로 섰다. 네 다리로 땅을 짚었을 때 뚜렷이 드러나는 음부를 감추기 위해서다. 야한 우스개 같지만 미국 오리건대학교의 맥신 시츠-존스턴의 성선택 이론에 나오는 도발적인 주장이다. 영장류의 한 종이 인간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라는 직립보행의 이유조차 이렇게 다르다면 남자와 여자는 똑같은 존재로 취급될 수 없다. ‘연애의 바이블’로 애독되는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처럼 인간 남녀는 화성인과 금성인에 비유될 정도로 이질적이다.
자연계에서 성선택은 대부분 암컷의 주도로 이뤄진다. 공작 수컷의 화려한 깃털과 엘크 수컷의 거대한 뿔이 전형적인 예다.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라면 생존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특성을 발달시키기도 해야 하는 게 수컷의 불쌍한 운명이다. 그렇게 암컷의 선택을 받은 수컷의 후손이 살아남는 것이다. 인간 진화의 여정과 그 과정에서 일어난 성선택도 자연계의 진화 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랜 수렵·채집 시기를 거치면서 수렵에 능한 남성이 성선택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다. 스포츠의 기원을 사냥이나 전투행위와 같은 데서 찾는다면 그것은 남자 세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성선택적 행위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들 ㅣ 출처:경향DB
남성의 전유물로 출발했던 올림픽이 남녀 모두의 제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회 대회부터 시작된 여성 참여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모든 종목으로 확대됐다. 유일하게 금녀의 원칙을 유지하던 복싱이 정식 여자 종목으로 채택되면서다. 카타르·브루나이와 함께 또 다른 금녀의 원칙을 고수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자선수를 출전시키면 런던올림픽은 그야말로 ‘완전한 양성평등’ 대회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카타르·브루나이는 이미 여자선수의 참가를 결정했고, 파견 불가를 천명했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최근 조건부로 보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스포츠 양성평등은 자연계의 성선택 역사도 새로 쓰는 셈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그만 무화과 잎으로 똑같이 치부를 가려버렸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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