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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정유라의 귀국

opinionX 2017. 6. 1. 10:59

문재인 정부 출범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철없는 행동’에서 비롯됐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최씨가 삼성의 뇌물을 받은 것은 당시 스무 살도 안된 정씨의 갑작스러운 임신·출산과 관련이 있다. 어린 딸의 장래가 걱정된 최씨는 사람들 눈을 피해 딸을 독일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승마 강국 독일은 승마 선수인 정씨가 그렇잖아도 전지훈련을 가고 싶었던 곳이다. 비선 실세의 존재를 일찍부터 간파한 삼성이 정씨를 위해 그랑프리대회 우승마와 생활비 등을 댔다. 최씨가 재벌·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것도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딸이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결국 정씨 임신이 ‘독일 승마 유학 → 삼성 뇌물 수수와 K스포츠재단 설립 → 언론 추적 보도와 검찰·특검 수사 → 대통령 탄핵 및 구속 → 조기 대선과 문재인 정부 출범’이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31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공항 게이트에 들어서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9월28일 독일에서 덴마크로 건너가 도피생활을 시작한 지 245일 만에 강제 송환된 정씨는 삼성의 승마 지원 특혜, 이화여대 입학 비리, 재산 해외 은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화여대 역사상 최초로 직선 총장이 등장한 것도 정씨가 원인을 제공했다. 이대는 2014년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 갑자기 승마를 추가했고 배후에 최씨 모녀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입시비리와 미래라이프 대학과 관련해 이대생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특검과 검찰 수사 결과 이대는 정씨를 뽑기 위해 최경희 당시 총장 주도로 입시 요강을 바꾸고 교수들에게 ‘금메달을 딴 학생을 뽑으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31일 강제 압송됐다. 지난해 가을 언론의 추적이 시작되자 독일에서 행방을 감춘 지 8개월, 불법 체류 혐의로 덴마크 당국에 구금된 지 5개월 만이다. 정씨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수혜자이자 이대 입학·학사비리의 당사자다. 그런데도 정씨는 “엄마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는 모른다. 저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죄를 짓고도 당당한 모습이 그 어머니에 그 딸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정씨는 이대 부정 입학과 관련해서도 “학교를 한 번도 안 갔다.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그러나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되던 2015년 정씨가 또래들을 조롱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은 지금 이 순간에도 SNS에 떠돌고 있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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