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우여곡절 끝에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164명, 반대 20명, 기권·무효 2명씩이었다. 찬성률 54.6%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정홍원 총리 찬성률 72.4%를 크게 밑돈다. 야당은 이 총리 부인의 위장전입 등을 걸어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5대 인사 원칙을 어겼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인준안 표결에 불참했고, 바른정당은 반대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외에 국민의당·정의당이 찬성한 덕분에 가까스로 파국적 사태는 피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출범 21일 만에 총리 인준절차를 마무리했지만, 개운치 않은 마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이 총리와 서로 허리를 숙인 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라는 중책을 맡은 이 총리 앞에는 만만찮은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정부조직개편, 일자리 추경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다. 새 정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각종 개혁작업도 진두지휘해야 한다. 야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등에 대해 더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언제 내각이 완성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청와대가 어제 차관급 인사를 먼저 임명한 것도 부처의 장관 공백 상태를 방치해 둘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총리는 어렵게 인준안이 통과된 만큼 커다란 빚을 지게 됐다. 그럴수록 총리의 직분을 성실히 수행해 국정에서 성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최대의 관심사는 책임총리가 될 수 있느냐이다. 내각을 책임지고 통할하는 것은 총리의 분명한 권한이고 헌법정신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총리가 각료 제청권 등 헌법에 명시된 권한을 행사한 적은 이제껏 없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책임총리를 구현하는 건 전적으로 이 총리의 몫이다. 이 총리는 “일상적인 행정, 특히 민생 관련 문제는 제가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책임자란 마음가짐으로 해나갈 것이고, 그것이 책임총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다짐이 지켜지길 바란다.

시대가 바뀌면 총리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국회는 일당 독주가 허용되지 않는 협치·상생의 정치를 필요로 한다. 의회의 협조를 구하는 통합의 리더십은 필수다. 이 총리는 정부와 시민 사이 가교가 되고 서민을 보듬고 응어리를 풀어주는 해결사가 되길 바란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