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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부활전야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부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로, 기독교의 가장 큰 축일이다. 기독교의 핵심교리인 ‘복음’(福音, Good News)을 담고 있는 날이다. 복된 소식이란 ‘죄없는 예수님이 인간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부활해 죄인인 인간을 구원했다’는 것이다. 사랑과 희생, 인류애의 상징인 부활절은 그래서 기독교에선 성탄절보다 더욱 큰 의미가 담긴 날이다.
세계적인 코로나19의 확산이 부활절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생명과 희망의 상징인 부활절에 올해는 전 세계가 긴장했다. 많은 군중이 모여 찬송과 기도, 설교를 진행하는 예배 형식이 비말로 전파되는 코로나19 확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통상 1만명 이상의 신자가 바티칸에 운집해 치러지던 부활절 행사들이 올해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일부 고위 성직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정적 속에서 진행됐다. 전 세계에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지난 11일(현지시간) 부활절 전야 미사에서 교황은 긴 촛대를 든 채 어둠 속에서 성당 안에 입장했다. 곧이어 성당 안의 조명이 일제히 켜졌지만 부활을 축하하는 신도들이 없는 텅 빈 성당에선 적막감이 감돌았다. 매년 테러와 전쟁, 빈곤·청년실업·난민 문제, 한반도 평화 등 현실참여적인 부활절 메시지를 던지며 곤경에 처한 이들을 위로한 교황이 올해는 어둠 속에서 희망을 얘기했다. 인류가 겪고 있는 고통과 공포를 예수의 십자가 처형 다음날 제자들이 경험했던 공포에 비유했다. 교황은 “지금의 우리가 그렇듯 제자들에게는 가장 어두운 시간이었다. 두려워하지 말고 공포에 굴복하지 말자”고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에서도 많은 교회와 성당들이 12일 온라인·TV·‘승차예배’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부활절 예배에 동참했다. 그러나 부활절을 맞아 현장예배를 재개한 교회와 성당이 늘었다. 특히 방역수칙을 어기고 현장예배를 강행해 집회금지 명령을 받은 서울 사랑제일교회는 이날도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출입을 막고 갈등을 빚었다. 어둠 속 조용한 위로의 메시지와, 위로는커녕 세상의 소음과 방역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교회. 어느 것이 부활절 정신인가.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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