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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TV광 트럼프

opinionX 2017. 12. 13. 11:34

1분 단위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숙명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일정은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선수단 환영오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장병 초청 차담 등 7건. 적어 보이지만 공식 일정에 포함 안된 업무가 더 많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북핵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하루 종일 비상일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팔레스타인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등 주변 4개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워싱턴 AP=연합뉴스

하지만 모든 대통령이 바쁜 건 아닌 모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직 시 자주 TV드라마를 시청했다. “대통령님! 혼술남녀, 질투의 화신 드라마나 예능 삼시세끼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저도 드라마를 꼭 한 편 보지 않으면 잠이 안 와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문자 메시지는 박 전 대통령이 TV드라마광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인터넷 TV 인터뷰에서 “드라마 많이 볼 시간은 없다”고 했다. 구치소에서는 TV를 일절 보지 않고 독서에 열중한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TV광으로 호가 났다. 12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그의 TV 시청 시간은 하루 4~8시간. 오전 5시30분 눈을 뜨자마자 평소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는 CNN부터 틀어놓고 하루를 시작한다. 업무 회의 때도 TV 자막을 보고, 저녁 잠들기 전에도 시청한다고 한다. 뉴스 제목에 자기 이름이 등장하지 않으면 언짢아한다고 한다. 트럼프에게 트위터는 자기 보호를 위한 ‘엑스칼리버’(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칼)이며 TV방송은 트위터에 올리기 위한 ‘탄환’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비유했다. 국정보다 정쟁에 더 신경을 쓰는 셈이다.

트럼프의 TV 시청 시간은 미국 일반 시민과 비슷하다. 이는 재임 시절 TV 시청을 거의 하지 않은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들과 비교된다. ‘TV를 사랑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하루 시청 시간이 1시간 정도였다. 트럼프는 “내가 하루 4~8시간 TV를 본다는 건 틀렸다”며 뉴욕타임스 보도를 부인했다. 지난달 아시아 순방 때는 “나는 TV 대신 서류를 주로 많이 본다”고 변명한 바 있다. TV 시청은 국정을 소홀히 한다는 것이고, 서류나 책을 읽는 것은 대통령다운 행동으로 여기는 것은 미국도 같은 모양이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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