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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잎을 보며 슬퍼하지 마라


외로운 별 그 안에 와서


사람들마저


잠시 머물다 돌아가지 않더냐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것이든 사라져 가는 것을


탓하지 마라


아침이 오고 저녁 또한 사라져 가더라도


흘러가는 냇물에게 그러하듯


기꺼이 전별하라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들


네 마음속에


영원을 네 것인 양 붙들지 마라


사람 사는 곳의 아침이면 아침


저녁이면 저녁


그 빈 허공의 시간 속에서


잠시 안식하라


찰나 속에서 서로 사랑하라


외로운 별은 너의 것이 아니다


반짝 빛나는 그 허공의 시간을


네 것인 사랑으로 채우다 가라



김종해(1941~)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낙엽이 나뒹군다. 바람에 한쪽 구석으로 몰리면서. 저 낙엽은 한때 새잎으로 돋았고, 너르고 둥글고 푸른 잎사귀였으며, 오색(五色)의 단풍이었다. 아침과 저녁이 살았고, 네 계절이 살았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냇물처럼 흘러 멀리 가듯이 저 낙엽의 모든 시간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그 시간들과 작별하지 않을 수 없다. 열흘 붉은 꽃은 없듯이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 뿐이다.

시인은 시 ‘푸른 별에서의 하루’에서 지구를 작고 아름다운 푸른 별이라며 “만리 바깥을 보지 말라던/ 앞선 사람들의 유훈을 깜빡 잊어버렸다/ (…)/ 푸른 별은 언제나 나의 일상 속에 있다”라고 썼다. 아침에는 아침의 시간을 살고, 저녁에는 저녁의 시간을 살고, 거기에 안식하고, 거기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 일이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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