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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 말하려는데

왜 목메는지


목메는데 왜

말은 역류하는지


말을 물고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밤


밤이 바람을 뱉는다

구름이 반달을 뱉는다


반달이 절반만 말한다

해에게 빌린 말


빛 없는 말은

달 뒤편에 있다


윤병무(1966~)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말을 뱉기도 하고 삼키기도 한다. 절반은 발설하고 절반은 억지로 참는다. 마치 반달이 반쯤만 빛을 뱉듯이. 달의 앞쪽과 뒤편이 있듯이. 빛과 어둠이 손바닥과 손등처럼 의존하듯이.

삼키고 참은 말은 기다리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에도 내심(內心)이 있다. 발화하지 않은 말의 속마음을 알기는 참 어렵지만, 상대방의 사정이나 형편을 어림잡아 헤아리면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좋은 이해는 일어난 것의 그 너머를 보는 것일 테다. 별똥이 떨어진, 산등성이 너머를 가늠하듯이. 

시인은 시 ‘달 이불’에서 이렇게 썼다. “오늘도 달빛 덮고 잠들어요/ 오늘은 반달이에요/ 달도 반은 자야 하니까요/ 저도 반만 잘게요” 달빛을 이불로 덮고 자되, 만월(滿月)의 절반인 반달과 더불어 잔다고 썼다. 반쪽과 반쪽이 의지하고, 뒷받침을 하고, 어울리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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