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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그로 인해 유가족은 물론 나라 전체가 슬픔에 젖었다. 천붕지통(天崩之痛)은 보통 제왕 또는 부모의 죽음을 뜻하는 말로 쓰이지만, 국가적 재난으로 부를 수밖에 없는 이번 참사에서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뉴스 등을 통해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접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죽음과 맞닥뜨리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상사(喪事)를 당사자로서 직접 겪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 까닭인지 평소에 상사와 관련해 잘못 쓰는 말들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분향소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따위처럼 언론 보도에서도 자주 나오는 ‘조문’과 ‘문상’이 대표적 사례다. 조문(弔問)은 “남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喪主)를 위문함”을 뜻한다. 문상(問喪)도 조문과 같은 뜻의 말이다. 따라서 조문 또는 문상을 하기 위해서는 빈소(殯所)를 찾아야 한다. 빈소란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곳”으로 상주가 그곳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처럼 “제사나 예불 의식 따위를 행하는 장소”를 뜻하는 분향소(焚香所)를 찾은 경우에는 “죽은 사람을 생각해 슬퍼함”을 뜻하는 ‘추도(追悼)’나 ‘애도(哀悼)’를 써야 한다. 빈소가 여러 곳이라서 한 곳만 갈 수 없어 부득이 분향소를 찾은 경우라면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대신했다” 정도로 쓰는 것이 적당하다.
상사와 관련해 구분해 써야 할 말에는 ‘조의(弔意)’와 ‘조위(弔慰)’도 있다. 조의는 “남의 죽음을 슬퍼하는 뜻”이고, 조위는 “죽은 사람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문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가(喪家)를 찾아가 문상을 하고 부의금을 낸 경우를 뜻할 때는 ‘조의금’보다 ‘조위금’으로 쓰는 것이 옳다. 표준국어대사전도 조의금은 “남의 죽음을 슬퍼하는 뜻으로 내는 돈”, 조위금은 “죽은 사람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문하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내는 돈”으로 의미 차이를 두고 있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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