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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겨울, 화상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의 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13명의 서울시 소방관들이 옷을 벗었다.

바로 <2015년 몸짱소방관 달력>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휴일도 반납한 채 평상시 훈련으로 다져진 멋진 몸매를 드러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여기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한 전문 사진작가들의 솜씨가 곁들어져 탄생한 달력은 금세 동이 났고, 이렇게 모인 금액은 치료가 필요한 아이에게 전달되었다.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던 2014년의 훈훈한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각종 사고현장에서 극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소방관들도 소방관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사고를 처리하면서 겪은 일들로 악몽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소방관의 삶과 행복은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국가차원에서도 소방관을 위한 <행복 정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필자는 소방관 스스로도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자원봉사 활동이다.

필자 역시 2011년 모 방송국에서 기획한 <코이카의 꿈>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스리랑카에 2주간 해외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생애 첫 봉사활동 치고는 규모나 난이도 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봉사활동 중 하나로 기억한다. 하지만, 2주간의 잊지 못할 시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매년 2주씩 휴가를 내서 봉사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스리랑카 봉사 이후로 2012년 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 2013년 인천아시안실내무도대회, 2013년 충추세계조정선수권대회, 그리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이르기까지 매년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줄 시간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자원봉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소방관들에게 이로운 점이 참 많다. 봉사기간동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내 직업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소방관이란 명예로운 직업을 허락해준 내 직장에 감사할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된다. 결국 자원봉사는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를 위한 시간인 셈이다.

소방관으로 살면서 수없이 많은 사고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참혹한 현장의 충격에서 미처 회복할 여유도 없이 또 다른 희생과 봉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내가 어려운 상황만을 찾아다니는 길을 선택했는지 이젠 우리 스스로도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런 노력중의 하나가 바로 업무로써의 봉사가 아닌 한명의 인간으로써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대개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공사를 한다든지 목욕을 시켜준다든지 하는 어렵고 힘든 노력봉사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요즈음의 봉사활동은 의무, 통역, 안전 등과 같이 자신이 가진 재능과 전문성을 통해 봉사하는 재능기부가 대세다.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로 봉사하기 때문에 재미와 보람도 느낄 수 있다.

매년 대한민국은 수도 없이 많은 국제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별로 정기적인 봉사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안전과 의무 분야다. 바로 소방관들을 위한 봉사들이 많이 있다는 말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소중한 휴가를 내고 참여하는 봉사활동은 분명 소방관들의 삶에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으며, 봉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가치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자원봉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제를 통해서 소방관은 시민들의 따뜻한 이웃이 된다.

자원봉사는 진정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힐링 여행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살펴보고 그동안 상처받았던 내 영혼과 육신이 위로 받는 시간이기도 하다. 바쁜 스케줄로 힘들겠지만 2015년에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과감하게 떠나보자.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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