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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6일 금강산 지역에서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다. 판문점선언 1조 ⑤항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하였다”에 근거한다. 상봉순서는 1회차 방문단과 2회차 상봉단의 순차교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1회차는 우리 측 방문단 89명이 북측 가족 197명을 상봉한다. 북측이 주관한다. 2회차는 북측 방문단 83명이 우리 측 가족 337명을 상봉한다. 우리 측이 주관한다. 1회에 3일 동안 진행되는 행사의 구체적 상봉시간은 남북이 협의하여 결정한다.

남북한 당국은 제21차 상봉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발전적 개선책에 어느 정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12시간의 상봉시간을 가졌다. 1일차 단체상봉 2시간·환영만찬 2시간, 2일차 개별상봉 2시간·공동중식 2시간·단체상봉 2시간, 3일차 작별상봉 2시간 등 총 12시간이다. 이번 제21차 상봉행사에 적용되는 개선책의 핵심은 통관절차의 간소화, 개별상봉시간 확대, 상봉동선의 최소화 등으로 보인다. 거동이 불편한 이산가족들은 차량에 탑승한 채 통행검사를 실시한다. 통관절차의 간소화를 의미한다. 2일차 개별상봉 후 공동중식을 가족별 객실에서 도시락으로 실시한다. 공동중식의 이동시간을 절약하면서 개별상봉시간을 확대한다. 3일차 작별상봉 후 동일 장소에서 연이어 공동중식을 한다. 동선의 최소화를 통한 상봉의 편의성을 보여준다.

이산가족 상봉의 역사는 그리 짧지 않다. 1985년 남측 35명, 북측 30명 등 총 65명의 방문단이 상봉과 함께 서울과 평양의 고향을 방문했다. 이후 고향 방문은 사라졌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20차례의 대면상봉 행사가 있었다. 4120명의 방문단이 1만9771명의 가족과 상봉했다. 7차례 화상상봉 행사도 있었다. 557가족이 3748명의 가족·친척과 화상상봉을 했다. 남북한 각각 300명씩 600명이 서신교환을 했다. 40명의 영상편지도 교환했다. 20차례의 대면상봉·7차례의 화상상봉·2차례의 생사·주소 확인 기회를 통해 5만7410명의 생사가 확인되었다.

현단계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2603명 가운데 생존자가 5만7059명이다. 연간 4000명 정도가 고령으로 이산의 한을 안고 세상을 떠난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연간 100명씩 대면상봉을 한다면 570년이 걸린다. 상봉의 확대가 필요한 대목이다. 80세 이상이 63%를 차지한다. 부부·부모·자녀 관계가 44%이고 형제·자매 관계가 41%이다. 고령화된 어르신과 부부·부모·자녀·형제 관계의 이산가족에게 상봉의 가중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전산화가 미비해서 사람 찾기가 쉽지 않고, 찾은 사람도 상봉을 기피하기 때문에 규모 확대에 난색을 표한다. 얼굴·옷·신체조건에서 남측 가족들과 비교가 되고, 그런 비교에서 상봉자들이 남측을 동경하게 되는 것을 우려해 규모와 횟수를 제한한다는 분석도 있다. 관심 부족, 행정전산화의 미비, 월남자에 대한 배신감, 양부의 성을 따르는 가족제도의 차이 등이 소극적 태도의 근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제사회로부터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상이 각인되기를 원한다. 이산가족에 대한 정치적 접근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접근을 한다면 원하는 것의 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생사·주소 확인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남북한은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고, 생사와 주소가 확인되는 대로 그 결과를 조속히 회보해야 한다. 주소가 확인되고 이미 상봉을 경험한 사람을 대상으로 매월 서신과 영상편지 교환을 실시해야 한다. 금강산면회소의 정상화를 통해 상봉의 정례화도 이루어져야 한다. 추석과 설 등 민족 명절을 계기로 고향 방문과 성묘가 추진되어야 한다. 이산가족들의 편의도 고려해서 개성·파주 지역의 출퇴근 상봉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북측이 인도주의적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측은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대화와 교류를 지속하면서 신뢰를 쌓고, 비핵화가 진전되면 최우선적으로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의 의미는 적지 않다. 개인 차원에서는 아픈 상처를 달래면서 혈육의 정을 찾는 의미이다. 민족 차원에서는 동질성 회복과 민족화합의 의미를 지닌다. 평화통일 차원에서는 작은 통일이 하나씩 이루어져 가는 의미가 담겨있다. 9월 중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째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올해의 가을맞이 또는 내년의 설맞이 이산가족 상봉 합의가 예상된다. 상봉인원을 남북이 각각 200명으로 확대하고, 2차 후보자의 생사확인 인원도 3배수로 증대시키고, 자유상봉을 포함한 상봉시간을 확대함에 있어 북측을 설득하는 적십자사의 충분한 준비가 요구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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