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6월 지방선거가 조기에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는 ‘새 정치’를 내건 안철수 신당이다. 신당의 폭발력이 얼마나 되며, 그것이 새누리당을 향하는지 아니면 민주당을 향하는지에 따라 향후 정국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과거에 있었던 제3당과 달리 지역에 기반을 두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지방선거는 유리한 지형이 아니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마련인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바람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안철수 의원이 말하는 ‘새 정치’가 내용이 없다고 하지만, ‘새 정치’가 무엇인지는 대체로 답이 나와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매우 유사한 정치쇄신 공약을 내걸었다. 두 후보는 또한 강도 높은 검찰개혁안을 내걸었다. 이 같은 개혁과 쇄신이 바로 ‘새 정치’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새 정치’를 내세운 안철수 신당이 창당도 하기 전에 높은 지지를 얻는 이상한 현상은 기성 정치권이 초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구태정치 척결’을 내걸고 ‘쇄신’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총선과 대선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쇄신’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과거 모습으로 돌아갔다. 박 대통령이 정치쇄신 등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다면 ‘안철수 현상 시즌2’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실물정치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벽이 한둘이 아니다. 정치적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인 정당은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고 기능이다. ‘새 정치’도 결국에는 실천이 관건이기에 신당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을 내놓아야 한다. 아직은 신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중도 보수인지, 중도 진보인지도 모호한 상태라서 곧 발표될 신당의 정강·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보수정권 출신인 윤여준 전 장관이 신당에 가담함으로써 신당은 그 정체성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정당으로서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신당이 후보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의 눈으로 보겠다고 다짐하는 안철수 의원(출처: 경향DB)


신당이 영입하려는 강봉균 전 장관, 신구범 전 지사, 류근찬 전 의원, 오거돈 전 장관 등의 면면을 보면 참신성은 물론 공유하고 있는 정체성이나 가치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지도가 높은 정당이라면 인재가 구름처럼 몰려와야 하는데 오히려 신당이 ‘올드 네임’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물들을 모아서 기초단체장 후보로 낸다면 안철수 신당은 또 다른 ‘낙엽 정당’이 되고 말 것이다.


안철수 신당 측이 광역에서 한두 명 당선자를 내면 성공이라고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신당이 이번 선거에 중대한 변수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신당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민의에 반하는 선거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군소 후보가 대통령 당락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녹색당 후보 랠프 네이더가 플로리다에서 민주당 후보 앨 고어에게 갈 표를 잠식해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것이다. 사표(死票)가 되는 줄 알고 소비자운동가인 네이더를 찍은 진보 유권자들이 엉뚱하게 강경 보수정권을 탄생시킨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가 이런 효과를 초래한다면 신당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며칠 전 윤여준 새정추 의장이 ‘딜레마’라고 표현한 부분도 이런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안철수 신당이 광역 선거에 후보를 모두 내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윤여준 새정추 의장이 말한 바와 같이, 정당을 만들면서 서울시장 후보를 안 낸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고려할 점은 새누리당이 김황식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전 총리는 완벽한 ‘MB맨’이다. 그는 감사원장으로서 감사원이 4대강 부실 허위 감사를 한 데 대해 책임이 있으며, 총리로서 해외자원 개발 등 전 정권 시절의 각종 비리와 의혹에 대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안철수 신당이 여권의 김황식 카드에 대해 어떠한 대응을 하는지, 또 더 나아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부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도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포인트다.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