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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매년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의 연례총회에는 전 세계 각 분야 정상들과 리더들이 모여 정치, 사회, 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 전 분야의 주요 현황과 문제들에 대한 토론을 가진다. 또한 일부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함께 시도할 해결책도 제시한다. 세계경제포럼은 다보스포럼이 열리기 1~2주 전에 세계 위험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올해 세계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들을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것들과 일어나면 그 영향이 얼마나 큰지 이차원으로 그려 제시한다. 나도 몇 년 전 이 보고서를 작성할 때 참여하여 합성생물학, 감염질환 등에 대하여 전문가 의견을 제시했었다. 이렇게 위험요인들을 예측하는 것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잘 알아야 그에 맞는 답을 찾을 수 있으며, 특히 공학적으로 해결할 방안들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은 다섯 가지 위험요인들로는 극단적인 기후, 기후변화 대응에의 실패, 자연재해, 생물다양성의 감소, 사람에 기인한 환경재해가 제시되었다. 또한 일어날 경우 영향이 가장 큰 위험요인들로는 기후변화 대응에의 실패, 대량살상무기, 생물다양성의 감소, 극단적인 기후, 물부족 위기가 제시되었다. 결국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관련된 것들이 가장 큰 위험요인들로 제시되었으며,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기후위기와 환경에 관한 세션이 많았던 이유를 잘 보여준다. 

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월에 제시되었던 다섯 가지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은 위험요인들을 다시 보면 자산가격의 폭발, 중동 불안, 실패하고 무너지는 국가, 오일쇼크, 만성질환이었다. 2008년과 올해의 중간 해인 2014년에 제시되었던 다섯 가지 위험요인들은 소득불균형, 극단적인 기후, 실업, 기후변화 대응에의 실패, 사이버공격이었으니 매년 세계를 위협하는 중요 위험요인들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여겨볼 점으로는 2014년 이후로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요인들이 계속 상위권 위험요인들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험요인들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미치며 위험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로 인해 극단적 기후, 자연재해, 사람으로 인한 환경재해도 더 자주 출현할 것이며, 생물다양성의 감소, 식량위기, 물부족 위기를 겪게 되며, 심지어는 글로벌 거버넌스와 국가 거버넌스까지도 붕괴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또 다른 문제들을 일으키는데 예를 들어 물부족 위기는 도시계획의 실패와 주요 인프라의 붕괴, 식량위기의 가속화 등의 문제로 확산되게 된다. 또한 사이버공격, 데이터 사기와 탈취, 정보통신망의 붕괴 등은 디지털 분야의 위험요인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이 무너질 경우 주요 인프라의 붕괴로 연결된다. 금융 분야에서도 실업, 자산버블, 에너지가격 쇼크, 관리 불가능한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등이 금융위기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들은 국가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아직도 사스, 메르스의 악몽이 생생한데 지난해 12월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체가 연초부터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번 변종 바이러스와 같이 신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질환은 우리가 면역이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약이나 백신이 없어 인류의 건강과 생존마저 위협하는 매우 무서운 위험요인이다. 올해 세계 위험 보고서에서도 감염질환은 일어날 확률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일어나면 그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예측했었는데 이 낮은 확률이 지금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의 경우 상시적 예방과 발생 시 신속 통제에 의한 전파 억제는 가장 기본적으로 철저히 이뤄져야 하며, 신종 바이러스라서 백신과 항바이러스제가 없기 때문에 소위 ‘신속제조’ 기술의 개발이 요구된다. 혹시나 있을 바이오테러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생물학, 의학, 공학자가 융합적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는 신속제조 기술은 WHO에서 소위 질병X에 대한 대비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질병X란 현재는 사람에게 감염이 안되거나 거의 안되는 질병요인인데 만약 이것이 변이를 일으켜 사람을 감염시키게 되면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심각한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질병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러한 변종 바이러스 출현 시 백신 후보를 석 달 내에 만들어 임상시험을 할 수 있게 준비한다고 한다. 하지만 임상시험 기간이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준비하는 데 석 달도 길다. 아직은 가능하지 않지만,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 후 하루 내에 유전체 정보 확보 및 바이러스 특성 파악, 그 후 3~4일 내에 몇 가지 백신 디자인, 가능하면 바이러스 복제 억제가 가능한 치료제 후보들을 디자인하고, 1~2주 내에 신속히 제조하여 빠른 임상을 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체 염기서열 정보를 기반으로 유사 바이러스와의 DNA 혹은 RNA, 단백질, 바이러스 구조, 숙주세포와의 상호작용 등을 비교 분석하고 그간의 임상데이터 등까지 통합 분석함으로써 백신 후보와 치료제 후보를 빠르게 발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우리는 늘 큰 위험요인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러한 위험요인들은 늘 있을 것이다.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시스템 리더십과 꾸준한 연구·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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