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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강제실종방지협약)이 지난 12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7년 제3차 유엔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UPR) 심의에서 우리 정부가 강제실종방지협약 비준·가입 권고를 받고, 2018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수용 의견을 밝힌 이후 4년 반이 걸렸다. 대한민국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선언하고 있어 앞으로 강제실종방지협약과 충돌하는 국내 법률을 개정하는 후속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국제인권조약 중에서 가장 중요한 9개를 선별해 ‘핵심 국제인권조약’으로 정하고 있다. 핵심 인권조약은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기본적 인권의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조약으로 평가된다.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서 정한 9대 핵심 인권조약은 1966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대표적 인권조약인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규약’ 이외에 ‘인종차별철폐협약’(1965년 채택), ‘여성차별철폐협약’(1979년 채택), ‘고문방지협약’(1984년 채택), ‘아동권리협약’(1989년 채택), ‘장애인권리협약’(2006년 채택), ‘강제실종방지협약’(2006년 채택), ‘이주노동자권리협약’(1990년 채택)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9개 핵심 인권조약 중 ‘강제실종방지협약’과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제외한 7개 협약을 비준·가입한 상태였는데, 이번에 ‘강제실종방지협약’을 비준함에 따라 ‘이주노동자권리협약’만 남았다.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주노동자권리협약)은 1990년 12월18일 제45회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어 20번째 비준서가 기탁, 2003년 발효된 국제협약으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인권보호 및 차별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숫자는 220만명을 넘었다. 대부분이 국내에서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이고, 무엇보다 정부가 내년 총 11만명이라는 역대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를 도입할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은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권고도 많았다. 2006년 이주민 인권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 정부에 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을 최우선 권고하였고, 2008년 유엔 보편적 정례인권검토에서 다수 국가가 한국 정부에 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협약이 국내 출입국관리법, 고용허가제법 등과 충돌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로 가입을 미루고 있다. 대부분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거나, 이주노동자의 경우 동반가족을 초청할 수 없는 인권침해 규정들이다. 국제인권규범과 충돌하고 있는 국내법이 있다면 인권침해 상황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기준에 맞춰 개선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매년 이주노동자권리협약 채택일을 ‘세계이주노동자의날’로 정하고 집회를 연다. 영하의 날씨에도 서울 광화문에 모인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외쳤다. 새해에는 마지막 남은 핵심 인권협약이 통과되길 바라본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연재 | 시선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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