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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항상 팔짱을 끼고 똥폼을 잡는 건 호주머니가 없기 때문이지. 팬티를 바지 위로 입는 크립톤 행성의 패션엔 다 이유가 있어. 호주머니에 돈지갑이며 휴대폰이며 차 키까지. 그러면 무거워져 하늘을 날 수 없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사람도 달라져. 사제복을 입으면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지고, 노동복을 입으면 콧등까지 송골송골 땀방울이. 불행한 일로 감옥에 갇혀 푸른 옷을 입는다면 누군들 눈물부터 뚝뚝 떨어지지 않으리.

“우우우 밝은 해가 눈부시다. 내 죄도 씻어다오. 깨끗한 마음으로 철문을 나서자. 잘 있거라 푸른 옷. 다시는 오지 않으리. 고향 가서 고향 가서 농사를 지어야지. 고향 가는 차에 올라 먼 산을 바라보니 늙으신 부모 생각 눈물이 흐르는구나. 네 살 먹은 아들 녀석 얼굴도 모르는데 집사람은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


송솔이라는 작곡가 겸 가수가 있었다. 1986년 그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유작 중에 ‘푸른 옷’은 아이가 놀다 잃어버린 야구공처럼 풀섶에 감춰져 있는 명곡 중의 하나다. “고향 가서 고향 가서 농사를 지어야지.”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옛날 깐날. ‘이등병의 편지’를 지은 가수 김현성 형이 교회 잔칫날 찾아와 농부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셨어. 늙으신 부모 생각, 눈물을 찔끔거렸던 노래. 눈물 따라 세월도 흘러 나는 시방 불쌍한 외톨이 신세. 네 살 먹은 아들 녀석은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신촌을 주름잡고…. 이 아부지 얼굴을 봐서 술은 제발 조금씩만 마셔라.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은 사람들. 그런데 오늘도 고향 떠난 죄인들은 푸른 옷 걸치고 감방도 아닌 회사, 시꺼먼 공장에 다니느라 고생이 얼마나 많으신가들. 언제서야 잘 있거라 푸른 옷 고향 가는 차에 오를까. 고향 가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쥐들이 사는 흉가도 줄고 징글맞은 흉년도 없어질 것이리.


임의진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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