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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 사는 모두가 개그맨 개그우먼. 희극인 마을. 입만 열었다 하면 19금 질펀한 농담들. 논에서 밭에서 그렇게들 농을 나누시는데 얼굴에 가득한 주름이 그제야 조금씩 펴지지.

정치 얘긴 아예 꺼내보지 않은 게 오래된 일. 권력의 상중하 층층칸칸 전라도 출신은 희귀하고, 정치인들의 말씨조차 낯설어. 깡패나 식모가 등장하는 장면에만 전라도 말씨가 살짝.

남의 나라에 사는 기분이 든다. 한 달 치로 짧게 웃을 일도 12개월 할부로 웃게 만드는 총리 이야기는 코미디 수준. 그분들은 괴로워 우시는데 국민들은 웃다가 배꼽이 탈옥하여, 이른바 배꼽 탈옥.


슬픈 사건이 많았던 사월과 오월엔 웃을 일도 드물다. 날씨가 좋아 개들도 웃고 염소도 닭도 송아지도 웃는데. 봄날을 맞이하여 지자체마다 축제. 내가 사는 담양도 대나무 축제. 각설이 품바, 민속 개그맨이 나타나 애써 웃게 해 보려고 노력들을 하시는데 웃음 코드는 팟캐스트 개그맨보다 저질. 애들은 가라~잉.

버지니아 울프가 그랬다. 외국어로 옮기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게 유머라고. 그만큼 문화적 배경이 다르면 공감을 얻기 어려운 게 유머다.

울게 하기는 쉬우나 웃게 만드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지. 우리는 건강한 웃음이 부족하다. 유대 속담에 하나님 앞에서 울고 사람 앞에서는 웃으란 말이 있다. 유머가 없다면 인간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누가 좀 우릴 웃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 정치 빼고 누가 있어 우리를 웃게 만들어 줄까. 희극인들이 본업을 접고 예능 프로에 나와 바보짓을 하거나 생계형 사업에 뛰어드는 건 너무 안타깝다.

수준 높은 것은 바라지도 않아. 수준 있는 개그가 보고 싶다. 권력을 풍자하고 기성 사회를 흔든 희극인 찰리 채플린의 후예들을 만나보고 싶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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