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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전시작전권 이양 조약 공개 소송 재판이 열렸다. 아다시피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무엇에 근거해서 한국 대통령의 헌법상 전시 국군통수권을 이양받았을까?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0년 7월14일, 맥아더 유엔군 연합군 사령관에게 편지로 작전권을 넘겨준 것은 지금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유엔군 연합군 사령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유엔군 연합군이라는 법적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군 연합군은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해산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근거로 미국은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가지는가? 비밀조약이다. 국방부는 1978년 7월27일,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비밀약정을 체결했다. 국방부 장관은 2015년 11월13일, 정보공개청구에 답신을 보내면서 이 약정 이름을 ‘관련 약정(한미 비밀문서/’78.7.27)’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국방부 장관은 한국이 같은 해 10월17일, 이 ‘관련 약정’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하는 한·미 외교부 간 한·미 연합군사령부 설치에 관한 각서를 교환했다”고 답신했다.

지난 13일의 정보공개소송은 이 비밀약정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한·미 연합군사령부 설치에 관한 각서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했다.

법정에서 외교부는 이 각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각서가 사법부의 손에 처음으로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이는 정보공개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이다. 정보공개법은 재판부가 직접 비공개로 소송 대상 문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정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른 열람 결과, 이 각서에는 전시작전권을 미국에 이양한다는 조항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까 각서 그 어디에도 전시작전권 이양 조항은 없었다.

그렇다면 미국이 전시작전권 행사를 하는 법적 근거로서의 조약은 어디에 있는가? 국방부 장관이 답신한 관련 약정(한미 비밀문서/’78.7.27)에 전시작전권 이양 문구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관련 약정이란 것의 법적 실체는 여태 단 한 차례, 국회나 언론 그리고 전문가 집단에 의해 검증된 적이 없다. 위에서 보았듯이 한국 외교부가 따로 미국과 각서를 교환하는 절차를 추가한 것에 비추어 보면, 관련 약정은 아마 국방부와 주한 미군 사이에 실무적 절차로 체결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이것을 국제법적으로 적법한 조약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전시작전권을 비밀조약으로 미국에 이양한 것은 국민주권 위반이다. 이는 곧 헌법을 부정한 일이다.

이성덕 교수가 ‘미국의 군사작전통제권하에서의 한국군’이라는 논문에서도 지적했듯이 전시작전권 이양은 “실질적 국가 주권의 중요한 부분”을 이양한 것으로, “최소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어야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방부와 외교부는 전시작전권 이양 비밀조약을 공개하지 않는다. 한·미 군사 비밀 문서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심지어 외교부는 정보공개 소송에서 미국이 각서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므로 한국도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전시작전권을 미국에 넘겨준 한국과 이를 받은 미국의 입장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정의롭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이는 헌법이다. 제74조 제1항이다. 중요 조약은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는 헌법 제60조 제1항이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이제라도 전시작전권 이양 비밀조약을 공개하고 국회에 보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정부에 비밀조약을 국회로 보내라고 요구해야 한다.

안보·외교·통상에서 적법절차 원칙을 세워야 한다. 지금 온 나라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지 않은가.

전시작전권 이양 비밀조약은 절차적 정당성 훼손의 뿌리이다. 바로잡아야 한다.

송기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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