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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지난 4월13일 북한은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발사했다. 은하3호 발사에 대해 미국은 2·29합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2·29합의와 별개라고 대응했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으며 북한은 의장성명을 배격했다.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을 경험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우려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울렛 초소에서 쌍안경으로 북한을 관측하고 있다.(경향신문DB)


그러나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의외였다. 북한은 5월22일 외무성 대변인 질의응답을 통해 미국 측이 제기한 우려를 고려해 2·29 조·미합의의 구속에서 벗어났지만 실지 행동은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수주일 전에 미국에 통보한 바 있다. 처음부터 평화적인 과학기술위성 발사를 계획했기 때문에 핵실험과 같은 군사적 조치는 예견한 것이 없었다. 미국이 계속 제재압박 놀음에만 매달린다면 부득불 자위적 견지에서 대응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2·29합의 이행을 위한 북·미간 대화 재개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향후 핵실험과 같은 군사적 행동을 위한 명분축적의 의도도 담긴 듯하다.


 지난 5일 북한의 입장을 포괄적으로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조선신보는 ‘위성발사를 규탄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발표된 이후 행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종전과 다른 새로운 높이에서 판단을 내린 결과이다. 2·29합의가 이행국면에 들어서게 되면 조선의 평화노선은 보다 뚜렷해질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핵실험과 같은 추가적 도발이 없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아 대화의 궤도에 들어설 여지가 생겼고, 2·29합의의 이행궤도를 마련하기 위한 조선의 행동 자제는 선대수령의 생애 마지막 해에 시작된 조·미고위급회담의 진전을 중시하면서 유훈관철의 견지에서 지역의 낡은 질서를 바꾸어 놓을 통이 큰 평화외교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은 핵실험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화에 호응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


북한의 대화 촉구 메시지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말보다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포함한 장거리 미사일, 핵실험의 모라토리엄 선언, 영변 핵단지 내의 농축우라늄 활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 대남비난 중지 및 남북대화 등의 구체적 행동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 이후 북·미 간의 소극적인 상호대응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북한과 미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기간뿐만 아니라, 지난 4월과 5월에도 직간접적인 소통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추가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IAEA 사찰단을 선제적으로 복귀시킨다면 오는 7월 캄보디아에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미간의 공식적인 만남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ARF 회의가 남북비핵화회담과 북·미고위급회담의 출발점이 된 경험이 있다. 최근 올해 ARF 의장국인 캄보디아 외상이 남북대화, 북·미대화, 6자회담 재개를 중재하기 위하여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대화, 북·미대화, 6자회담 수순을 바라고는 있지만 대화 자체에 적극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오히려 종북논쟁을 확산시키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회피하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종북논쟁의 확산은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개념에 대한 몰이해의 반증이다. 종북논쟁자는 반북주의자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종북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으며, 반북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킬 수 없다. 남과 북은 적이면서 동포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으며, 한반도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접근은 이념의 잣대에 의한 이분법적인 접근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북·미대화 재개의 틈새가 보이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하루빨리 종북논쟁에서 탈피,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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