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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올바른 정책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 시대적 요구는 국내외의 환경과 여건, 미래 비전까지 포괄한다. 한반도의 시대적 요구는 평화경제협력정책이다. 남측은 평화협력을 통한 경제도약이 필요하고, 북측은 경제협력을 통한 체제안정이 요구된다. 평화와 경제의 안정적인 선순환관계가 형성된다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그리 머지 않을 것이다.
평화경제협력정책의 목표는 세 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첫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다. 남과 북은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기본협정’ 체결이 필요하다. 1972년에 체결된 동서독 기본조약은 형식적으로는 국가관계의 조약으로 돼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내독관계의 협정으로 규정돼 있다. 이러한 이중성격의 인정은 갈등방지라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져 있다. 동서독은 기본조약에 따라 1990년 통독 때까지 8차례의 정상회담과 경제·과학·기술·문화 등 다방면의 교류, 동서독 상주대표부 개설 등 대화·교류협력이 활발히 진행됐다. 남북간 기본협정은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와 10·4선언 등 기존의 합의서를 포괄·대체하는 조약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
국민동의·국회비준·국제협력의 틀을 갖춰 국내외 정치변화에도 일관된 ‘통일대비의 장전’으로써 기능토록 해야 한다. 기본협정은 2013년 하반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합의가 시의적절하다. 평화협정은 2015년 제4차 남북정상회담 또는 남북한과 미국(3자), 중국(4자)이 참여하는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필요하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서의 축은 평화공존의 축이 돼야 한다. 동쪽으로부터의 한·미, 북·미, 북·일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한다면 정치·군사적으로 평화·신뢰의 축이 형성된다.
둘째, 한반도·동북아 물류시대의 개막이다. 한반도 권역별로 디자인해 ‘대북 맞춤형 협력정책’을 통해 북한의 실질적인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한반도를 산업·물류·환경·에너지 등 4개 벨트로 나누고, 개성 산업, 해주·남포 경제종합, 단천·청진 자원, 신의주·라진 물류 등 4개 협력 특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10년 ‘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600억달러 규모의 해외 투자유치로 8개의 특구개발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남북의 축은 경제공동체의 축이 돼야 한다. 주변국간 복합운송 물류망 구축의 핵심은 철의 실크로드·아시안 하이웨이 연결이다. 남북, 한·중, 북·중, 남북·러를 잇는 ‘신북방물류체계’의 구축은 동북아 경제공동체로의 확장을 예고한다.
셋째, 지방정부·시민단체·국제사회가 협업하는 ‘풀뿌리 남북관계’ 구축이다. 개혁·개방을 통한 북한 발전의 동인은 위와 아래의 동시변화가 필요하다. 지자체·민간차원의 남북관계 발전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효율적인 분업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사회문화교류, 순수한 인도적 지원 등은 민간단체 및 지자체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정부차원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 남북 교육·언론·연구기관 간에 한반도평화·경제협력·통일문제에 대한 토론 및 공동연구를 하게 함으로써 남북 간 ‘간접대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경향신문DB)
평화는 감상주의적 ‘절대 평화주의’를 극복하고 북한 및 동북아 상황을 직시하는 현실적이고 창조적인 평화전략이 요구된다.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결구도를 집착하는 방어적 외교·안보 전략도 탈피해야 한다. 남북한 각기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민족주의’도 극복해야 한다. 김정은 체제는 선군정치를 계승하면서도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9월 APEC 개최연설을 통해 남북·러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극동시대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면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지원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미국의 대선 결과도 대북관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의 차기정부는 위기와 기회의 상존 속에서 출범한다. 위기를 기회로 이끌기 위해서는 남북평화경제협력정책이 현실적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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