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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4·11 총선 과정에서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로 친노무현 성향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전 대표 양경숙씨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한다. 양씨는 이모씨 등 3명에게 민주통합당 공천을 약속하고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 등으로부터 양씨가 민주당 핵심 실세의 이름을 거론하며 공천을 약속해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당까지 돈 공천 추문에 휘말리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직을 돈으로 사고파는 돈 공천은 전형적인 매관매직이자 최악의 정치범죄이다. 관련자는 소속 정당과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철저히 엄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단 누구에게든 똑같은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공정성과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 


양씨 사건 수사는 어떠한가. 이 사건을 맡은 곳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의뢰한 새누리당 비례대표 돈 공천 사건은 부산지검 공안부가 수사하고 있다. 돈이 오간 곳은 서울인데도 대검은 부산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여당 수사는 지방검찰청이 하고, 야당 수사는 특수수사의 총본산인 대검 중수부가 맡았으니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선거 관련 비리는 공안부의 고유한 수사영역 아닌가.


(출처: 경향DB)


중수부 관계자는 “제보가 직접 중수부로 들어왔고, 사안의 중대성과 양씨의 영향력도 고려했다”며 “새누리당 수사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첫째, 중수부로 제보가 들어왔다고 중수부에서 반드시 수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일선 지검에 내려보내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새누리당 사건은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에서 기초조사를 해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드러난 반면, 양씨 사건은 정보의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제보’가 출발점이다. 둘째,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다는 말도 설득력이 없다. 새누리당 쪽에선 돈을 건넨 현영희 의원이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달았지만, 양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3명은 공천받는 데 실패했다. 


검찰이 말하지 않은 ‘중수부가 야당 수사를 맡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선 지검에 사건을 내려보내면 한상대 검찰총장이 직보받기 어렵고, 향후 중수부 폐지론의 재연을 막으려면 ‘미래권력’에 충성심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기 때문 아닐까. 이런 관측이 지나치다 싶으면 여야에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기 바란다. 새누리당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에서는 공공연히 “현기환 전 의원을 추가 소환할 계획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구부러진 잣대로는 정의를 세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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