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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도내 농구대회 결승전. “북산고에는 불안 요소 세 가지가 있다.” 라이벌 북산고에 비해 경기력도 뒤지고, 경기 흐름까지 빼앗긴 능남고 감독은 이 말을 내뱉으며 비밀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요즘 돌아가는 정치판을 보면서 문득 만화 <슬램덩크>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최근 가장 뜨거운 정가 뉴스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확정도, 민주당 경선도 아닌 ‘안철수 룸살롱’ 진위 논란이었다. 해당 뉴스는 포털의 검색어 조작논란을 거쳐, 경찰의 안철수 여자관계 사찰로 진화하고 있다. 여도 야도 안철수 교수의 최대 약점인 양 ‘안철수 룸살롱’ 이슈화에 골몰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을 100여일 앞둔 이때, 과연 야권 유력주자의 불안요소가 ‘룸살롱 출입’ 진실게임일까? 필자는 이보다 더 중요한 대권후보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불안요소 네 가지를 짚어보려 한다. 


 첫째, 안철수 교수는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유권자의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일간지와 방송사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안 교수의 국정운영 능력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고 답한 유권자가 절반에 못 미쳤다(45.5%). 진보성향의 유권자는 59.8%만이, 대선을 좌우할 이념적 중도층은 44.2%만이 안 교수의 국정운영능력에 긍정적이었다. 반면, 박근혜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 평가는 66.4%로 안 교수보다 훨씬 높았다. 심지어 중도적 유권자의 61%, 진보적 유권자의 절반 이상(50.9%)이 박 후보의 국정운영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경향신문DB)


‘안 교수가 대통령직을 감당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상당수 유권자의 머리에 남아있는 한, 현재의 안 교수 인기가 투표장으로 이어지기란 어렵다.


둘째, 안 교수의 대선 출마는 여전히 물음표이다. 최근 그가 펴낸 <안철수의 생각>이란 말그대로 ‘생각’ 모음 외엔 구체적인 공약이 없다. 또한 그를 돕고 있는 주변 인물에 대해서도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YS식, MB식 깜짝 쇼를 벌일 것이 아니라면, 어떤 전문가가 돕고 있고, 무엇을 구체적으로 하려하는지 이 시점에는 분명하게 나와야 한다.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안 교수의 출마 결심과 주변인물, 정책은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유권자의 의구심을 더욱 키울 뿐이다.


셋째, 산으로 가는 민주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민주당 경선 승자와 안 교수가 다시 경선을 하는 세간의 ‘단일화’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박근혜 대항마를 한명으로 만든다는 내용이 전부다. 유권자 대다수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안된다’ 이상의 답을 요구한다. ‘민주당+안철수’ 연합은 12월 대선을 넘어, 정권 창출 이후에도 잘 굴러갈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진정은 되었지만 겨우 순회 경선 두 곳을 치르고 ‘경선 보이콧’ 등 내분에 휩싸였던 민주당의 현실은 ‘과연 안철수란 외부인사가 민주당을 통제할 수나 있겠나’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서울시장 경선시 안철수 교수의 통 큰 양보와 지지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있게 했다. 소위 ‘안철수의 남자’로 불리는 박원순이 시장 당선 이후 어떠한 일을 해왔느냐에 대한 시민의 평가는 안 교수를 야권 후보 선두주자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박 시장은 청계천, 한강르네상스 등 전임 시장의 화려한 전시성 사업 대신 홍수 대비시설 확충, 뉴타운 출구전략 등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시정에 매진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행보와 시정에서는 민주당이 묻어나진 않는다. 대통령 직무의 가장 큰 부분이 적재적소에 적절한 인물을 가려 쓰는 ‘용인(用人)’에 있다면, 박 시장은 안 교수의 국정능력을 보여주는 직접적 증거가 될 것이다. 


유권자에게 박원순의 서울시는 미래의 안철수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안철수 교수의 희망가도도 그리고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고민도 박원순 모델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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