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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는 소리가 비슷해 헷갈리는 것이 꽤 있다. ‘제끼다’ ‘제치다’ ‘젖히다’가 그렇다.


먼저 ‘제끼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제끼다’를 찾아보면 ‘제치다’ 또는 ‘젖히다’의 잘못으로 나온다.


‘제치다’는 ‘거치적거리지 않게 처리하다’ ‘일정한 대상이나 범위에서 빼다’를 뜻한다. “그 선수는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었다” “어떻게 나를 제쳐 두고 너희들끼리 놀러 갈 수 있니?” 따위로 쓰는 말이다.


오스카, 정성룡도 제치고 (출처: 경향DB)


‘경쟁 상대보다 우위에 서다’ ‘일을 미루다’란 의미도 있다. “마라톤에서 우리 선수가 선두를 제치고 맨 앞으로 나섰다” “그는 제집 일을 제쳐 두고 남의 집 일에 발 벗고 나선다”처럼 사용한다.


이에 반해 ‘젖히다’는 뒤로 기울다를 의미하는 ‘젖다’의 사동사로 쓰인다. “고개를 뒤로 젖히다”가 그런 쓰임이다. “코트 자락을 젖히고 앉다”처럼 ‘안쪽이 겉으로 나오게 하다’란 뜻도 있다.


‘젖히다’는 또한 동사 뒤에서 ‘-어 젖히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막힌 데 없이 해치움을 나타낸다. “노래를 불러 젖히다” “크게 웃어 젖혔다”가 그런 예이다.


한편 ‘젖히다’와 달리 ‘제치다’는 본동사로만 쓴다. 따라서 보조동사가 아니기 때문에 ‘노래를 불러 제치다’ ‘크게 웃어 제치다’ 따위로 쓸 수 없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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