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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열기’가 뭐지?”

지난 7일부터 의미를 알 수 없는 한 단어가 각종 포털과 SNS를 뜨겁게 달궜다. ‘옵션 열기’란 포털 네이버의 기사 댓글 작성창에서 자신이 쓴 댓글을 복사하는 과정에서 닉네임 옆 부분까지 마우스로 잘못 복사할 경우 자동으로 붙는 문구다. 이를 두고 김어준씨가 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옵션 열기’란 문구가 붙은 댓글들은 여전히 잔존하는 댓글부대가 작성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옵션 열기’는 누군가 조직적으로 댓글을 생산하기 위해 글을 복사하고 붙여넣기를 하다 나온 정황이라는 얘기다.

그의 주장은 실제 누리꾼들이 ‘옵션 열기’란 키워드로 트위터, 포털 댓글 등을 검색해 해당되는 글들을 다수 찾아내며 신빙성을 얻었다. 누리꾼들이 찾아낸 ‘옵션 열기’ 글은 최근부터 2015년까지 광범위했다. 대부분은 특정 정치인을 감싸고 경쟁자를 폄훼하는 내용이었다. ‘아동수당’ 등 특정 정치인이 내건 공약이나 정책을 비난하는 글도 많았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옵션 열기’ 글을 꾸준히 올리는 계정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옵션 열기’ 댓글이 김씨의 주장대로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한 조직적인 댓글부대의 소행이란 증거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ea**)는 “단순히 (텍스트를) 복사하고 붙여넣기하는 과정에서 따라붙을 수 있는 문구인데 이를 갖고 댓글부대가 있다고 속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뻔한’ 실수에 대해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이용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무조건 댓글부대로 몰긴 어렵다”고 말했다.

‘옵션 열기’를 쳐다보는 눈이 많아지자 해당 문구가 붙은 글들이 갑자기 다수 삭제되기도 했다. 이제는 포털에서 전혀 정치적인 사안과 관련 없는 글 앞머리에 고의로 ‘옵션 열기’란 단어를 붙여넣은 댓글들이 등장하며 하나의 ‘인터넷 놀이’가 되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a7**)는 “‘옵션 열기’로 엮인 이 조직의 존재 여부와 (…) 허술함은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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