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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자치경찰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한다고 하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소방은 국가직으로 하면서 경찰은 국가경찰과 지방경찰로 구분하여 쪼갠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고 본다. 물론 지방분권주의, 정치적 중립, 주민친화·밀착형 치안행정 등이 자치경찰제에 대한 명분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을 자랑하는 경찰조직을 지방분권 등을 명분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 적합한 것인지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지자체로 쪼개져야만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수 있다는 주장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 지자체마다 지지하는 정당도 다르고 정치적 성향이 갈려서 오히려 지방경찰마다 정치성향이 제각각이 될 수 있어서다. 지방경찰이 지역실정에 맞는 밀착형 치안행정을 서비스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다민족 국가라든지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라면 설득력이 있겠지만, 대부분 같은 언어와 같은 문화를 가진 조그마한 나라에서 지역실정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토호세력과의 유착 등 잡다한 폐해가 우려된다.

소방을 국가직으로 해야 전국에 일률적인 소방행정을 제공할 수 있고, 소방관 또한 지역별로 차등 없는 처우와 장비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는 주장이 최근 지지를 얻고 있다. 이 논리라면 경찰이 자치제가 되면 지역별로 고르지 못한 치안행정이 제공되고, 경찰관 또한 지역별로 다른 처우를 받는다는 말이 된다. 결국 자치경찰제는 업무분담의 혼란을 가져오고, 업무 중복으로 인해 전체 경찰의 총량만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소방은 지방분권이라는 형식적인 틀을 깨면서까지 국가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반대로 경찰은 지방분권이라는 틀에 가두려고 하는 것을 어느 누가 공감할지 모르겠다.

<김채현 | 부산해운대경찰서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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