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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에서 유행하는 ‘9988234’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아프고 죽자는 일종의 덕담이다. 하지만 요즘은 뜻이 조금 바뀌었다고 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면서 재산은 죽기 2~3일 전까지 갖고 있다가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식들에게 신세 질 일도 없고, 자식들도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계획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인정액 기준 하위 70% 어르신에게 정부가 매월 25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노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을 누구는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재산 명의를 자식으로 돌려놓은 경우 자식이 아무리 부자라도 기초연금 수급을 받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는 용돈을 정부와 자식한테 양쪽에서 받을 수 있다며 재산을 자식 명의로 해놓는 경우가 발생한다. 노인들은 얼마 안되는 재산이지만 죽기 전까지 지니고 싶은데 정부에서 주는 혜택을 포기하자니 아깝고, 남들이 편법으로 혜택을 받는 것을 보니 억울하기도 하다.

어르신들이 이런 고민에 빠지게 하지 말자. 기초연금 소득인정액에 자식의 재산도 포함시켜 산정하자. 그것이 어려우면 수급대상을 아동수당처럼 전 계층에게 일괄 지급하도록 하자. 물론 부자들에게 왜 세금을 낭비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에 비해 재산이 많은 만큼 자신이 받는 25만원 그 이상의 세금을 내기 마련이다. 지금이라도 제도를 고쳐 노인세대들이 죽기 2~3일 전까지 자기 재산을 지킬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장진호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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