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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이라고 또렷하게 이름을 붙인 정책이 논의되고 그 성과로 조금씩 집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월에 ‘서울특별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이후라 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8년 2월까지 약 500가구의 사회주택이 공급된 것으로 집계된다. 조례가 제정된 지 아직 5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매년 정책의 결과를 평가받는 행정기관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실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주택의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주로 주택사업자를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택이란 부담 가능한 비용으로 거주기간에 제한 없이 또는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아울러 이르는 용어이다. 부담 가능한 비용과 장기임대가 실현되려면 비영리 운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대한 비용을 낮추고 불로소득 발생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좁게는 입주자, 넓게는 지역공동체 당사자가 사회주택의 공급주체 일원으로 참여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수요자나 당사자들이 자금조달, 사업기획 및 시행, 주택운영관리, 융자금상환, 신규입주자 안내 및 교육 등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지역공동체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주택협동조합이 사회주택사업자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공급된 사회주택의 경우 공급의 주체인 사업자가 별도로 존재하고 입주자는 단순히 세입자나 소비자의 입장에 머물 때가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사업비용이 늘어나거나 운영주체의 부담이 커지게 되어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 사회주택이 활성화되려면 사업자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회주택과 관련된 지역공동체 당사자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행정안전부의 사회혁신추진단에서는 2018년 과제로 ‘지역의 공동체를 활용한 사회적 약자 삶의 질 향상 지원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회혁신 리빙랩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의 주제 중 하나가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사회주택 활성화이다. 주민자치 및 거버넌스를 통하여 사회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사회주택 수요자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모델을 실험하는 것이 주요 목표이다.

리빙랩은 사회주택 수요자 및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실험하는 것과 사회주택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체계를 검토하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 전자의 경우 기존 사회주택 입주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공동학습, 신규 수요자 및 지역공동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집담회나 토론회 등을 실시하여 기존 사업체를 비영리 사회주택공급조직으로 전환하거나 수요자 기반의 사회주택주체를 새롭게 형성하는 것을 실험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지자체 담당부서, 지방공기업, 사회적경제주체 등 사회주택과 관련되어 있는 공공 및 민간 주체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사회주택 관련 지원정책을 개선하고 지역공동체 인내자본과 같은 연대체계를 형성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3개월 정도의 짧은 사업기간이지만 수요자 참여형으로 10가구가 거주할 사회주택의 공급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지역공동체의 수요자가 주택설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입주자 공모방식을 개선할 수 있었다. 또한 리빙랩에 참여한 사회주택사업자 중 하나는 입주자 등 전체 조합원의 총의를 모아 비영리 사회주택공급조직으로 전환하기에 앞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추진 중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 신용협동조합, 사회주택사업자, 수요자 집단의 연대와 인내자본 형성도 시도되고 있다. 짧은 기간에 여러 당사자와 의견을 나누는 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이번 사업을 계기로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한 지역공동체 차원의 논의를 시작해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강세진 |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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