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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중국전문가


 


<열자-설부>편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산서성에 위치한 진(晉)나라에 한때 도둑이 들끓었다. 백성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때 도둑을 잡는 절묘한 기술을 지닌 극옹이란 자가 나타났다. 이 자는 얼굴의 미간만 보고도 도적을 식별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진나라의 통치자인 경공이 그로 하여금 도둑을 잡게 했는데,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도둑을 족집게처럼 잡아냈다. 국군은 너무 기쁜 나머지 조문자에게 “극옹 하나만 있으면 나라 전체 도적이란 도적은 다 잡을 수 있으니 많은 사람이 필요 없겠소 그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조문자는 “말과 얼굴색만 가지고 도적을 다 잡으려 했다가는 도적을 다 잡기는커녕 극옹도 곧 죽을 겁니다”라고 했다.



오색 주전골에서 발견된 엽전 (경향신문DB)



얼마 뒤 도적들이 한데 모여 “우리가 이렇게 궁지에 몰린 것은 다 극옹이란 놈 때문이다”라고 극옹을 성토한 뒤 힘을 합쳐 극옹을 살해했다. 이 소식을 들은 경공은 급히 조문자를 불러들여 도적을 금하는 대책을 물었다. 이에 조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 왕실에 이런 속담이 전해옵니다. ‘연못 속의 물고기를 볼 수 있는 자는 불길하며, 감춘 것을 헤아릴 수 있는 자는 재앙을 만난다.’ 도적을 근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능한 인재를 추천하고 기용하여 교화를 베풀어 백성들이 염치가 무엇인지 알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도적은 없어질 것입니다.”


경공은 사회라는 현자를 임용했고, 진나라는 크게 다스려졌다. 심리학에 보면 잠재의식에서 비롯되는 ‘표정언어’나 ‘신체언어’라는 것이 있다. 이런 표정언어는 본인 의식의 통제를 받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의 비밀을 왜곡해서 반영한다. 극옹은 바로 도적의 표정언어로 드러나는 모종의 규칙 같은 것을 파악하여 미묘한 특징을 관찰함으로써 도적을 가려냈던 것이다. 하지만 극옹의 이런 신출귀몰한 도둑 잡는 능력에 대해 조문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극옹이 도적을 다 잡지도 못할뿐더러 되레 목숨을 잃을 것으로 보았다.


사회적 도덕규범을 위반한 행위를 누군가 알아채면 비밀을 들킨 자들은 비밀을 알아챈 사람과 대립되는 자리에 자신들을 위치시킨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압박이 가해지면 바로 그 사람을 목표로 삼아 공격을 퍼붓는다. 위정자가 국정과 관련한 일을 감추고 이를 알아챈 백성을 억누르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것인데, 그 결과는 늘 백성과 위정자 둘 다 다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나 지금이나 정책의 시행은 소통과 교화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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