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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는 책장과 책장의 사이를 말한다. 이게 책갈피의 본뜻이다. ‘갈피’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를 가리킨다.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경계를 일컫기도 한다. 해서 사물이나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할 때 ‘갈피를 잡지 못한다’고 한다.

책을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쉽게 찾도록 책갈피에 끼워 두는 종이쪽지나 끈을 ‘갈피표’라 한다. 한자말로는 ‘서표’다. 한데 사람들이 ‘책갈피’를 ‘갈피표’란 뜻으로 더 많이 쓴다. 그래서 사전도 ‘읽은 곳을 표시하는 도구’란 뜻풀이를 추가했다. ‘책갈피’는 책의 갈피인 동시에 책갈피에 끼워 두는 도구인 셈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책갈피’는 곧 ‘보람’이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사실이다. ‘보람’은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해 하는 표적을 말한다. 책 따위에 표지를 하도록 박아 넣은 줄이 ‘보람줄’이다. 나중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긴다는 점에서 책갈피와 보람(줄)은 닮아 있다.

‘보람줄’은 갈피에 끼운다고 해서 ‘갈피끈’, 읽은 곳과 읽지 않은 곳을 구별하는 끈이라고 해서 ‘가름끈’이라고도 한다. 참, 비행기에 짐을 실어 보낼 때 다른 가방과 구별하기 위해 가방에 달아매는 이름표나 꼬리표도 ‘보람’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보람’은 대부분 ‘어떤 좋은 결과나 뿌듯함’이란 뜻으로 많이 알고 쓴다. 바로 이 ‘보람’의 원뜻이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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