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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똘기’를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쉽다. 덜 익은 과실을 잘못 먹으면 누구나 그렇다. ‘똘기’는 채 익지 않은 과실을 말한다. 대개 떫은맛이 난다. 풋과일과 같은 뜻이다. 이때 ‘풋’은 ‘덜 익은’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똘기’는 ‘또아기’와도 한뜻이다. 한데 ‘또아기’는 이제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여럿 있을 때, 그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 탓에 ‘똘기’에 자리를 내주었다.

과실은 다 익으면 나무에서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저절로 떨어질 정도로 탐스럽게 잘 익은 밤이 ‘아람’이다. 해서 밤송이가 여물어 저절로 떨어지게 된 것을 ‘아람이 벌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과실이 충분히 익은 후 떨어지는 게 아니다.

개중에는 운이 나빠 익는 도중에 바람이나 병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과실도 있다. 이 운 나쁜 과실이 순우리말로 ‘도사리’다. 도사리는 다 익지 못한 채로 떨어진 과실을 일컫는다. 한자말로는 ‘낙과’이다.

과실은 먹을 수 있건 없건 상관없이 나무에 달리는 모든 열매를 이른다. 한데 요즘 과실은 본뜻보다는 ‘성과물’이라는 비유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그나마 과일에 밀려 실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과일은 과실에서 나온 말이다. 과일은 과실과 달리 먹을 수 있는 것만 가리킨다. 과실에 비해 단어의 의미가 좁아졌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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