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김종휘 (사)씨즈 청년네트워크사업단 단장·노리단 단장 whee212@theseeds.asia



1. 청년들은 간절하게 일하고 싶고 열심히 노력한다.
2. 그러나 사회구조상 청년들이 점점 더 일할 수 없게 되어 간다.
3. 해서 청년들은 아예 일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이 삼단 논법을 왔다갔다 한다. 이것이 고착 조짐을 보이면서 신빈곤, 워킹푸어, 니트족 등 여러 설명이 뒤따른다. 문제는 이러다가 청년들이 정말 일하기 싫어하는 상태로 들어가면 일을 포기하고 안드로메다의 세계로 망명하거나 또는 분해서 국가와 기성세대에 죽기살기로 대들다가 파국으로 가는 것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문제는 현상만 보면 기존의 괜찮은 일자리는 계속 줄고 마음을 끄는 새 일자리는 안 보여서다. 

청년들은 아직까지는 할 수 없이 열심히 공부하며 바늘구멍 같은 확률에도 열정을 다 쏟고 있다. 청년들의 스펙 쌓기와 고시촌 쪽방생활은 절제와 인내로 점철된 그야말로 눈물겨운 몸짓이다. 어느 선배들도 이렇게 극기의 청춘을 보낸 적이 없을 것이다. 이를 향해 보수는 눈높이를 낮추라 하고 진보는 저항하라 하지만 양자 모두 청년들의 기만 죽이거나 화만 돋울 뿐이다.

사회구조로 접근하면 청년실업 문제는 한국 경제를 ‘고용 있는 성장’으로 바꿔야 해결되며 노동, 복지, 교육의 삼박자 정책이 분명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해서 청년의무고용제, 생애 첫 자금, 기본소득, 혁신학교 등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위해 필요조건처럼 청년들이 먼저 헌신을 보이라고 주문하는 것은 악순환이며 시간만 끄는 책임 회피다. 창의교육 한다면서 아이들의 잠재된 창의성까지 고갈시키는 제도와 관행과 의식의 모순을 어른들 스스로 먼저 끊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못한다고 탓하는 꼴이다.




정말 걱정할 점은 이렇게 지지부진하는 동안 청년들이 영혼마저 쪼그라들어 사회적 존재로서 데뷔도 하기 전에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내가 청년 사회적기업가 정신의 부흥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물론 청년 사회적기업가 만명이 양성돼도 한국 사회의 구조는 꿈쩍도 안할지 모르고 청년 다수의 실업양상 역시 꿈틀도 안할지 모른다.
그러나 청년 사회적기업가가 백명, 천명, 만명으로 계속 늘어나면 같은 자리를 맴돌며 망연자실 고군분투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촉진하는 신호가 생길 수 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지난 10월27일 고용노동부 주최의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을 위한 대토론회’에 갔었다. 여기서 나는 청년 사회적기업가 정신의 해외 사례로 티치 포 아메리카(미국), 유쓰 스타 캄보디아(캄보디아), 테캄파니에(독일), 카사(인도) 등을 꼽았다.
국내에선 노리단, 오가니제이션 요리, 함께일하는세상(경기), 이음(전주), 원주의료생협(원주) 등을 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상식을 깨뜨리는 발상으로 다들 미쳤다고 할 때 도전을 시작했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표준 개념을 벗어나 자기만의 실체를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와 경제에 대한 각각의 새로운 상상력이 수많은 조합을 실험하면서 다양성의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성공하는 법이다. 이 상상은 현 사회적기업육성법의 규정 안에 갇혀서는 나올 수 없다.
또한 기존의 전통적인 복지 분야 뿐 아니라 지식창조, 문화예술, 기술기반, 환경농업, 뉴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의 여러 영역에서 새로운 실험들과 만나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회적기업의 모델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나는 청년 사회적기업가 정신의 부흥에서 기대한다.


그 영향력은 이를테면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강소 사회적기업 수십개가 등장해 연대하는 모습일 수도 있고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스타 사회적기업들이 본보기처럼 여럿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청년 또래만이 아니고 여러 세대가 상호주의 문화로 함께 일하는 새로운 기업문화의 대안으로도 나타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변화의 풍경이 한국이라는 화폭 전체에선 여전히 일각일지라도 그것은 대기업의 조직문화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대기업 채용담당자 입에서 ‘요즘 젊은 인재는 사회적기업으로 간다’는 너스레가 나올 정도는 되어야 한국 사회에서 뭐가 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입장에서 청년 사회적기업가 양성 과정에 시민사회, 대학, 기업, 정부 모두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청년들 스스로 실험하고 실패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벤처정신은 도전의 극단적 실행이지만 도움을 주는 처지에선 실패에 투자하는 정신이다.  실패를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청년들은 반드시 큰다.

둘째는 지속적인 창업자금의 조성과 순환적 흐름이다.
단기성 자금을 갖고는 알리바이만 만들고 끝난다. 청년 사회적기업가의 양성이 최종 1등을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면 빨리 실패해보고 빨리 회복해 다시 도전하게 견인하는 창업자금의 크기와 쓰임새가 중요하다.


끝으로 국내외와 다세대의 네트워크 환경에 청년들이 놓여야 한다.
빌 게이츠는 당신이 내게 사업계획서를 보여줄 때면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망하는 지름길은 같은 대학, 같은 학과, 같은 나이끼리 창업하는 것이다. 다양한 자극과 다양한 도움의 손길이 쉽게 겹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이 원형이 마을이며 최근 유럽과 북미에서 번지는 허브 개념이자 예술계에서 거론되는 제4의 공간이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깨달음을 가지는 순간부터 창업은 성공을 향한 첫 문턱을 넘어서게 된다.


청년 사회적기업가의 길은 청년들이 간절히 일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고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가 살아있는 지금 더 늦기 전에 그 욕구의 호흡과 공부의 방향을 바꾸는 파랑새가 될 수 있다.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옆도 바라보고 뒤도 돌아보며 서로 등을 보여주며 업힐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그렇게 서로 등을 맞대고 사방팔방으로 다양한 삶의 길을 내다보며 자기 인생의 창업자이자 경영자가 되는 청년 사회적기업가
의 모습에서 많은 청년들이 기분 좋은 영감을 얻을 것이다.

청년 사회적기업가 만명도 너무 많은지 모른다. 천명만 있어도, 백명만 있어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