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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입학률, 재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교육부가 대학에 요구하는 핵심 지표들이고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국립대보다는 사립대가 더 챙기는 지표다. 입학 최종 합격자 중 몇 명이 등록했는지가 입학률, 전체 재학생 정원 중 몇 명이 등록했는지가 재학생 충원율, 전체 졸업생 중 진학자나 입대자를 제외한 사람을 분모로 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회사에 들어간 사람을 분자로 해서 계산하는 것이 취업률이다. 기본은 신입생·재학생. 올해도 입학처의 비장한 당부와 함께 신입학 전형을 진행했다. 인구 절벽에 코로나19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로 지원자가 급격히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교수들은 입학 면접 때 우수한 학생을 뽑으면서도 내심 나가지 않을 것 같은 학생이 누구일까 타진해본다. 전형이 끝나고 나면 교수가 직접 전화를 걸어 학생들에게 학교 소개도 좀 하고 등록을 독려하는 게 하나의 관례가 되어 간다. 실제로 대학교 새내기들을 처음 만날 때 통화한 적 있다며 반갑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재학생 충원율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적지 않은 학생이 1학년 마칠 때는 수능을 다시 보고, 2학년 마칠 때는 편입을 시도한다. 배치표 서열에서 밀리는 학교는 힘이 부친다. 휴학 후 복학을 안 하고 관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는 취업 절벽이 문제다. 면접 자체가 사라진 경우가 많다. 전국적으로 3월부터 10월까지 한 달도 빠짐없이 청년 고용률이 감소했다. 취업자 수로 보면 2월부터 10월까지 그랬다. 지역적 일자리 분포에도 격차가 난다. 2분기 청년 고용률을 보면 수도권, 대전이 선두에 있다. 남쪽 지방은 제주도를 제외하면 모조리 고용률 40%를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학교에서는 방학 중 인턴십·현장실습 프로그램을 매개로 취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올해는 방역 때문에 어디 가라고 권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실습을 나가야 하는 교생 실습생, 사회복지사 준비생들이 있는 학과는 그럭저럭 실습과 취업을 선순환시킨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반적인 사정은 좋았을 리 없다.
2학기가 되면 학교 당국은 어디서나 고삐를 조이기 시작한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회의가 늘어나고 있다. 목표 취업률을 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제출한다. 요새 도움이 되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청년 디지털 일자리’다. 신규 채용이 어려워 인력난을 겪는 기업들에 정부가 채용 후 6개월간 매월 180만원 정도를 보조해주는 제도다. 중소·중견 기업들은 최저임금 + 알파를 신입사원 임금으로 준다고 할 때 180만원의 보조를 받으면 거의 전액을 지원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덕택에 졸업을 미룬 ‘5학년’이나 4학년 몇 명이 지원해서 실제로 취업이 됐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신청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잘 뽑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물론 둘 다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 이렇게라도 취업률의 숨통이 틔워지면 좋은 일이다. 6개월 임금 지원이 6개월짜리 일자리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사라지지 않는다. 2~3년 동안 내일채움공제가 저임금 착취의 인질이 된 것처럼 말이다. 2년 근속을 채워야 1600만원, 3년 근속을 채워야 30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는 이유로 야근과 부당한 지시에 노출된 청년 노동자들이 많았다. 물론 청년정책조정위가 이 문제를 시정한다고 했으니 기다려 볼 일이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 등 정책
대학생 취업 숨통은 트이지만
단기 임시직에 저임금 우려
일자리 수요자 목소리 들어야
충원율·취업률을 내년도 대학기본역량진단의 주요한 구조조정 평가지표로 삼는 것은 상상력의 빈곤 같지만, 대안을 찾지 못해 불가피하다고 치자. 그러나 취업성공패키지 등 자신의 적성에 맞는 대학의 특성화 과정에 참여하고 현장실습도 열심히 다닌 다수 청년들의 일자리가 아직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사업도 예산이 들어오면 반짝 생기고, 예산이 끝나면 또 시들하고. 청년의 취업을 넘어 커리어패스 형성에 도움이 되게 하는 노력을 정책과 사회적 합의로 만들지 못한 상태다.
4학년과 졸업생 등에게 이런저런 자리를 안내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지역 일자리 사정을 간파하고 ‘그런 일자리’는 가지 않겠다고 생각한 경우 설득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공무원과 혁신도시 공기업에 가는 게 안정성과 임금 상승 측면에서 낫다는 것은 모두 공유하는 사실 아닌가. 나 역시 노동시장이 규모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라, 학력에 따라 ‘분단’되어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래도 또 적성에 맞는, 특성화 과정에서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하는 것이 성장의 기회와 임금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 대기업이 아니어도 일을 잘하면 좀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고 연봉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독려하고 있다.
미래에는 좀 바뀌어야 하고 바뀔 것이니까. 경남을 비롯한 지자체들은 지자체-대학, 지역 기업-학교의 연결망을 강화하고 생태계를 형성해 대응하겠다고 일을 벌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위해선 일자리 정책에 대한 수요자들의 신뢰 확보가 최우선이다. 일을 추진하면서도 취업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할 시간이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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