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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다. 기다랗게 벽보가 붙었다. 비에 젖지 않도록, 손상이나 훼손 방지를 목적으로, 비닐에 감싸여 있다. 어느새 거리마다 현수막이 즐비하다. 차량 통행이 많은 사거리엔 현수막이 빼곡하다. 건물 한 면에 통째로 붙인 것도 있다. 당 상징 색깔에 후보자들 번호와 이름이 쓰여 있는 점퍼와 모자를 입고 쓴 선거운동원들이 홍보에 열심이다. 번호와 이름이 적힌 어깨띠도 보인다. 인적이 많은 거리에선 후보들 경력이 빼곡히 적힌 명함을 나눠주느라 분주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선 집으로 공보물을 보낸다. 화려한 색상의 고급용지로, 웬만한 노트보다 두껍다. 작은 트럭을 개조한 유세차량이 길거리 여기저기에 세워진 채, 또는 거리를 오가며, 후보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자동차나 휴대용 확성기에선 소음 수준의 로고송이나 유세연설이 흘러나온다. 일상적인 선거철의 익숙한 풍경이다.
슬슬 의문이 든다. 도대체 선거기간 동안 전국에 붙인 벽보는 얼마나 될까? 현수막은 몇 개나 될까? 벽보나 현수막은 선거가 끝나면 어떻게 처리될까? 얼마나 많은 명함이 만들어지고 선거 공보물은 또 얼마나 될까? 후보들 번호와 이름, 구호가 적힌 점퍼나 모자, 어깨띠는 어떻게 할까? 트럭인 유세차량에서 사용하는 경유는 얼마나 될까? 이렇게 한 번 선거를 치르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는 몇 그루나 되고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얼마나 되며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는 또 얼마나 배출될까?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선거 뒤 현수막 처리에만 30억원이 든다고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환경문제가 심각하다.
후보자들이나 정당 입장에선 어떻게든 후보자 얼굴과 공약을 알려 한 표라도 더 얻고 싶겠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겪은 적이 있고 미세먼지에 시달리며 기후변화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선거문화를 그대로 유지해도 되는 걸까? 후보들은 저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서 친환경 공약도 내세우지만 이런 환경에 부담 주는 선거문화가 도리어 국민 삶을 해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 공식 선거기간은 5월31일부터 6월12일까지 13일로, 선거가 끝나면 용도 폐기되어 버려질, 단 13일 쓰고 버릴, 선거용품과 옷들이 넘쳐난다. 대다수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2018년의 선거문화, 20세기와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친환경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 이야기도 간간이 들린다. ‘터치포굿’이란 단체가 제공하는 ‘친환경선거 체크리스트’를 실천하는 후보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더 많은 후보들이 참여하면 좋겠다. 하지만 몇몇 후보의 자발성에 기대기보다 제도 변화로 선거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일단 선거공보물, 너무 아깝다.
선관위 홈페이지에 이미 ‘우리동네 후보자 찾기’ 기능이 있다. 살고 있는 동네만 넣으면 후보와 공약 모두 알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고 손쉬운 사실을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우선 이 사실을 널리 알리자. 이 기능만 잘 사용한다면 공보물을 일일이 집으로 보낼 필요가 없다. 물론 아직도 인쇄물이 필요한 시민들도 있다. 그러니 인쇄물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 선관위에 신청하도록 하자, 우리 집엔 보내지 말라고. 현수막은 가능한 한 수를 더 제한하자. 사용 후엔 지금처럼 뜻있는 후보들만 새사용업체(업사이클링업체)로 보내고 대부분 매립하거나 소각하게 두지 말고 모두 새사용업체로 보내게 하자. 신발주머니로 만들어서 학교로 보내는 건 어떨까? 신발주머니 사용에 선거와 친환경 선거의 의미, 새사용의 필요를 익히는 덤도 누릴 수 있다. 유세차량 운행을 줄이고 소음도 규제기준을 정하자. 차제에 이런 방식도 다시 생각해보자.
누가 로고송 듣고 율동 보고 그 후보, 그 정당에 표를 줄까? 유권자는 정책공약을 바란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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