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비가 촐촐 내리면 ‘급’ 튀김이 먹고 싶다. 나는 고구마튀김과 오징어다리튀김을 좋아해. 당신은 야채튀김이나 김말이튀김. 섞어서 맛이라도 한번 보자. 선생님은 침 튀김. 강의하실 때 침 튀김이 많은 샘을 만나면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곤욕을 치르게 된다. 무림의 고수 도올 샘은 침 폭탄과 자기 자랑만 덜하시면 얼마나 좋아. 목사 신부는 신도들과 멀리 떨어져 설교를 하니까 침 튀김이 덜해 보일 뿐. 요샌 대형스크린 영상으로 줌을 해서 보여주는데, 가까이 앞줄에 안 앉길 잘했다는 이들이 생긴다.

한 신부님이 하도 담배를 자주 태우셔서 여성 신도 한 분이 한마디. “신부님. 이제 담배 끊으셔야 해요. 매너 없게 숙녀들 앞에 놓고 태우시는 것도 좀 그래욧.” 그러자 신부님은 한 모금 더 쭉 빨더니 “자매님. 천사처럼 아름다운 분들이 이렇게나 많으신데 구름이 빠지면 말이 됩니까. 천사들에겐 구름이 있어야죠.” 허~ 틀린 말도 아니네. 장황한 말로 침 튀김 맛보는 거보다 구름과자가 더 나을 수가 있지. 

사이비 종파나 격정을 다해 암기된 말을 쏟아내는 법. 방송인과 정치인들이 ‘애드리브’로 생각 없이 쏟아내는 말들, 억양이 센 침 튀기는 말들도 그래. 마음에도 해롭고 몸에도 해로운 말이다.  

사랑하는 사이는 침을 나누지. 키스를 통해 전염되고 감염된다. 하나의 종말론적(?) 운명공동체가 되는 게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는 사이에서 굳이 침 튀김을 시켜먹을 이유는 없지. 

행여 호흡기로 뭐가 들어올라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옛사람들은 역병이 창궐하면 옷감 베로 얼굴을 전체 가리고 다녔단다. 설렁탕, 곰탕, 매운탕, 내장국, 콩나물국, 김칫국 뜨거운 국물 음식을 두루두루 ‘나눔’하려고 음식이 그리 발달한 것이라 하더라. 우리는 어느 시대나 위기를 헤쳐온 불굴의 깡다구 겨레. 너무 멀어 안 들려서 그렇지 힘내라며 세계의 친구들이 응원 중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일반 칼럼 > 임의진의 시골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루진 청바지  (0) 2020.03.12
이미자  (0) 2020.03.05
예쁜 조약돌  (0) 2020.02.20
오줌싸개  (0) 2020.02.13
미나리 싹  (0) 2020.02.06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