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증강현실(增强現實·Augmented Reality)은 실제 세계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덕분에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증강현실이 최근 갑자기 우리 삶에 파고들었다.

당초 한국은 포켓몬 고 게임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포켓몬 고는 구글맵을 기반으로 구동되는데 정부가 안보 문제로 구글에 지리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켓몬 고를 개발한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도 한국판 서비스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실수인지 고도의 전략인지 사각지대가 있었다. 강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누군가 게임에 접속해 강원도 속초에서 포켓몬을 낚는 데 성공했다. 그의 무용담은 지난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선구자의 뒤를 이어 더 많은 사람들이 시도한 결과 속초 외 강원 동북부 지역과 울릉도, 서해 백령도 등지에서도 포켓몬 사냥이 가능하다는 게 경험적으로 확인됐다.

포켓몬의 성지로 불리는 속초는 포켓몬 헌터들이 모여들면서 갖가지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속초가 좀비의 도시가 됐다.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거리와 항구를 배회하는 사람들을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가상 캐릭터인 포켓몬을 길러주는 신종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다. 포켓몬 알을 부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거리를 빠른 속도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를 대신해주고 수고비를 받는 것이다. 포켓몬 출현 지역을 찾아가는 당일치기 관광 상품이 나오고, 식당과 편의점 주인들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매장에 나타난 포켓몬 모습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나르고 있다.

페이스북과 블로그에는 게임 이용 후기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외국 사이트를 거쳐 우회적으로 게임 앱을 내려받은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학자들은 20·30대들이 왜 포켓몬 고에 열광하는지, 포켓몬 고의 경제적 효과가 얼마인지 분석하느라 바쁘다.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공무원들도 포켓몬 고 학습에 정신이 없다. 확실한 것은 게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증강현실이라는 미지의 세계가 성큼 다가왔다는 점일 것이다.

오창민기자 riski@kyunghyang.com

 

'=====지난 칼럼===== > 지금 SNS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영란법  (0) 2016.08.01
레슬리 존스와 김자연  (0) 2016.07.25
‘여혐 게임’  (0) 2016.07.11
KBS 세월호 보도 통제  (0) 2016.07.04
하인리히 법칙과 박유천  (0) 2016.06.2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