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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의혹이 일면 특임검사가 임명된다. 주로 검사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된 특임검사로도 모자라면 특별검사가 등장한다. 이렇듯 단판으로 끝내질 못한다. 두세 번 수사한 사건이 무수히 많다. 굵직한 사건에서는 어김없이 3종 세트가 등장한다. 검찰의 수사가 때로는 선택적 수사, 때로는 정치권력 눈치 보기 수사라서 불신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수사 삼세번은 낯설지 않다. 마치 삼심 재판을 하는 것 같다.
한참 뜨거워진 라임·옵티머스 사태도 그럴 태세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충돌하며 낯뜨거운 설전을 펼치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격돌이 점입가경이다. 검찰총장의 부실 수사 책임론도 제기된 상황이다. 장관의 감찰 지시에 맞선 총장의 신속 수사 지시로 여론전은 뜨거워지고 있다. 한통속으로 일해왔던 그들의 과거를 생각하면 어색하지만, 비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고 나서부터는 일상이 되었다. 여야도 반전에 반전, 받아치기와 되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사기 피의자의 입에 정치권은 물론 검찰과 법무부가 놀아나고 있다. 언론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춤추고 있다.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 야권 정치인 연루, 청와대 라인 타기, 전·현직 검사 접대와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선임 등등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공수교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폭탄발언에 어느 한군데 폭발할지도 모를 안갯속이다. 야당은 권력형 게이트라며 연일 특검 도입과 장외투쟁 카드로 압박하고 있지만, 누구에게 불똥이 튈지 모를 형국이다.
검찰의 신뢰와 기대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검찰개혁은 촛불시민의 요청이다. 지금 여당과 야당은 한목소리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두고 믿지 못할 검찰이라고 악평을 한다. 검찰을 대신해 특검이든, 공수처든 가동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지워질 검찰을 메울 특검과 공수처 사이의 선택이다. 그동안 특검은 십수 차례 해볼 만큼 해봤다. 성공한 적도 있지만 손꼽을 정도다. 제도 특검에 따른 특별검사 임명은 여야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결정된다. 도입 논란으로 날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상설적 기구 특검이 정답이다. 바로 독립적 수사기구인 공수처가 해법이다. 검사, 특임검사와 특별검사 3형제보다 공수처가 효율적이다. 정쟁의 대상이 되는 사건마다 모두 불러들여 같은 수사를 되풀이하는 우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법은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검찰개혁 법안이다. 지난해 법이 통과되어 도입되었지만, 야당이 야당 몫 2명의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개점도 못한 상태다. 야당이 반대하는 공수처장이 임명될 수 없게 하는 절차와 방법을 규정해 놓았지만, 야당은 자신의 권한을 발로 차버렸다. 여당으로부터 최후통첩을 받고도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을 기다려야 한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곧 추천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감감무소식이다. 공수처 출범 시한이 법이 통과된 지 6개월 후인 지난 7월15일이었으므로 100일이 다 되어간다. 야당의 직무유기이자 위법행위다. 공수처에 전관을 배제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그야말로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수사기구로 설계했건만 억지 위헌론으로 국민을 오도한다. 출범도 못한 상태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제출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 추천 몫인 2인씩 4인을 국회에서 추천하는 4인으로 수정하는 안과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안 등 더불어민주당은 입법적 다수를 이용하여 어떡하든 공수처를 빨리 출범시켜보겠다는 생각이지만 비판받을 일이긴 하다.
수천명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라임과 옵티머스 등 펀드 사기 사건은 정·관계 로비 의혹과 검찰 수사 무마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으므로 수사대상자와 범죄유형 모두 공수처가 딱이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가 로비 등으로 방패막이로 동원되고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이고 전·현직 검사도 개입되었을 것이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 후반전에 돌입한 여야는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라임·옵티머스 사태 2라운드를 맞아 치열한 공방으로 확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과 공수처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국감은 야당의 시간임을 국민에게 각인시키지 못한 국민의힘은 특검 도입을 위한 장외투쟁까지 불사할 태세다. 여당은 여당대로 검찰과 대검찰청을 공격할 빌미를 얻었다고 보고 공수처의 필요성을 부각할 것이다.
국정감사가 여야 쌈박질로 맹탕이 되더라도 공수처 출범의 여론이 확산할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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