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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걸그룹 미쓰에이가 2012년 히트시켰던 ‘남자 없이 잘 살아’라는 곡이 떠올랐다. “내 힘으로 살게 딴 애처럼/ 부모님 잘 만나 남자 잘 만나/ 편하게 사는 거 관심이 없어/ 그래서 난 내가 떳떳해~”라는 가사가 또렷이 기억에서 되살아났다.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였다. 가만 보니 내 앞에 앉아 있는 친구들은 모두가 30~40대 여성들이었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그들과 한참을 그렇게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별난 일이 아니다. 나이가 많건 적건, 취업을 하건 못하건, 인생을 혼자 보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독신여성들이 참으로 많기 때문이다. 50년 전, 아니 10년 전이라면 미쓰에이같이 젊고 매력적인 한국 여성들이 당당하게 “남자 없이 잘 살아”라고 노래 부를 수 있었을까.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미혼여성들은 모두 매력이 있다. 성격에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단지 ‘결혼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없을 뿐이다.
내 고향인 영국을 비롯해 유럽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며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도 결혼에 관심 없는 여성들이 엄청나게 많다. 내 여동생을 포함해서 말이다.
올해로 한국에 정착한 지 9년째다. 한국 사회가 겪어온 가장 큰 혁명 중 하나가 여성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여성들의 자유를 향한 의지가 대한민국에 여러모로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국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이처럼 출산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데 한국 여성 대부분이 출산과 육아의 길로 들어서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다른 나라의 좋은 사례들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이런 문제들을 잘 극복해낸 나라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장래 출생아 수 추계&생산가능인구&인구증가율&저복지·저출산율의 악순환 구조 (출처 : 경향DB)
한국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지금까지 젊은 부부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지만 한국 정부의 출산장려책들은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려봐야 한다.
출산을 장려하지만, 한국 사회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 소위 ‘싱글맘’에 대한 시선이 차갑고, 한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도 여전하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인식과 태도를 바꿀 수 있다면 한국의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한번쯤 다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사회가 기존의 엄격한(가부장적) 틀을 벗어날 수 있다면, 그들이 굳이 독신을 고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출산율 걱정을 덜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여성들은 남자 없이도 아주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바꾸지 못한다면 한국은 큰 대가를 치루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선택이 장차 한국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잊지 말자.
팀 알퍼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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