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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기자
# 지난달 30일 저녁 청와대 본관 세종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특정 주제를 놓고 국무위원들이 식사를 하며 집중토론을 하는 ‘도시락 심야 국무회의’가 열렸다. 중점 토의과제는 ‘정책홍보 강화 방안’. 요즘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주제였다. 국무위원들의 결론은 이렇다. “현 정부 들어 280여개의 서민생활정책을 추진하고 복지예산 비중도 늘어났으나 이런 사실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정책 체감도가 낮다.” 정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제대로 알리지 못해 국민이 모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4일 전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가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가지를 특별히”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이 크게 체감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부자를 위한다, 대기업을 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면서 “국민의 의견을 좀더 수렴하고 충분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례는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소통’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이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 소통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첫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청와대가 국민과 현장과 격리돼선 안 된다. 국민의 목소리를 못 듣는 일이 없도록 특별히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따른 파문이 번지던 같은 해 5월13일 국무회의에선 “국민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아주 최우선의 과제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자신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고 당연히 장관들도 소통하지 않았다. 지난 2일 열린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시간 가까이 ‘일방적 연설’을 하고 달랑 총장 세 명의 질문만 받고 끝냈다. 청와대가 ‘반쪽 소통’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촛불 사태’ 이후 정권 존립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보수우파쪽으로 기울고, 소통이 치우친 점은 있다.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 결속부터 하려는 흐름이 있었고, 실제 지지율이 30%로 회복되는 등 나름 효과를 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말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면서 ‘나는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우리의 정책도 옳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일종의 ‘자기 확신의 재생산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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