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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장 때마다 매번 달라지는 중국의 도시 스카이라인에 놀라며 중국의 발전이 어디까지일까 기대하게 되면서도 요즘은 솔직히 공포스럽다. 칭다오와 옌타이, 웨이하이 등의 산둥반도 도시들은 특히 더 그렇다. 특히 인천공항에서 제주도보다 가까운 산둥반도는 최근 문화산업특구로 그 가능성과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발전은 결국 한국에 진출하는 중국의 문화자본과 연계된다. 중국의 문화자본은 초기 한국의 콘텐츠를 단순히 수입했지만 이제는 경쟁적인 프로그램 포맷수입을 지나, 스타시스템에 기반한 배우 및 제작스태프의 영입까지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 영화산업에서는 영화기획사 및 제작스튜디오를 비롯, 영화관에 이르기까지 중국자본의 사냥이 시작되었고,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비즈니스는 공격전선의 7부 능선을 넘고 있는 느낌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빼꼼> 캐릭터는 중국과 협업상태로 IP(intellectual property)가 공유된 상황이며, 주요 애니메이션 대형제작사들의 소유지분은 점차 중국자본에 매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성공사례가 부족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산업의 경우, 자체적인 자본투입과 내외부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만이 유일한 자본의 수혈경로이기 때문에 산업계와 학계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중국은 이렇게 콘텐츠 생태계의 각 모듈을 자본을 앞세워 중국화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축적된 노하우로 한국의 배우, 캐릭터, IP 라이선싱의 자체 생태계를 개발 확장하며 그 점유의 효용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 부분에서 반드시 이해해야 할 개념의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는 통신회사의 방송서비스를 접하면서 IPTV라는 개념을 이해했다. 여기서 IP(internet protocol)는 인터넷주소를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중국이 자본을 투자하는 IP(intellectual property)는 지식재산권이다. 또 국내에서 2D의 개념은 평면작업이며 3D는 입체작업으로 이해한다.
중국의 개념은 다르다. 중국에서는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콘텐츠를 2D로 이해한다. 소설,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등이 중국의 2D 개념이다. 중국에서 3D는 영화, 예능, 무용, 연극, 뮤지컬 등 실연(實演)되는 콘텐츠로 이해한다. 이러한 기준의 차별성이 저작권 계약의 틈새를 만들어낸다. 중국은 그 틈새를 겨냥하며 IP의 융합과 확장을 자가발전한다.
우리의 <아빠 어디가>라는 예능은 매일 늦게 귀가하는 아빠들이 엄마 없이 아이들과 여행하면서 대화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중국은 그러한 IP를 포맷상품으로 구매한 이후, 중국 내에서 예능프로그램 제작에 그치지 않고, 애니메이션과 다른 장르로 포맷을 변환해 판매한다. 중국의 <아빠 어디가>는 예능으로 중국식 3D상품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하면 2D상품이 된다. 최근엔 그렇게 포맷 변환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실제 크기의 인형으로 만들어져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운동회를 즐기는 예능프로그램으로 기획·제작되었다. 이러한 형태는 중국식 2.5D 영역이 된단다. 그러한 프로그램이 주목받으면 이제 우리가 중국의 어린이 예능프로그램을 역수입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의 확장은 우리 상품을 구입하고 모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아이디어를 자본과 시장의 규모로 압도하며 한류를 자양분으로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고, 확장한다. 또 그런 과정에서 자본의 선순환에 기반해 시행착오로 정교해진 재투자를 감행하며 더 많은 우리의 IP를 점유해 올 것이다.
여름에 우리 곁을 찾아오는 공포영화는 그냥 중국식으로 설명하면 가상상품의 2D 콘텐츠지만, 중국의 문화자본전략은 이제 3D의 실연을 지나 공격전선의 7부 능선을 상회하는 실제 공포다.
<한창완 | 세종대 교수·만화애니메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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