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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합창의 마법
김민아 논설위원
나문희가 지휘하고 김윤진이 열창하는 <하모니>가 있었다. ‘넬라 판타지아’는 박칼린의 손끝에서 배다해와 선우의 청아한 목소리로 재탄생했다. 여든네 살 노강진 할머니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를 차분하게 불렀다. 김천소년교도소 아이들은 ‘거위의 꿈’을 합창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북공삘하모니’가 있다.
서울북공업고등학교는 1990년대 ‘문화대통령’으로 불린 가수 서태지의 모교이다. 하지만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생들에겐 음악 따위에 관심을 기울일 만한 에너지가 없었다. 인문계 고교 진학을 포기한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배 피우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지난해 7월 이 학교에서 ‘무모한’ 도전이 시작됐다. 합창단 ‘북공삘하모니’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단원 40여명을 모으는 데만도 한참 걸렸다. 그나마 어렵게 모은 단원들의 음감과 성량은 엉망이었다. 북공삘하모니가 달라진 것은 무대에 오르면서부터다. 아이들 대부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취감을 맛보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 데도 쓸모없다고 생각하던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 지난달 3일 이들은 꿈에 그리던 국립극장 무대에 섰다.
지난해 7월 이 학교에서 ‘무모한’ 도전이 시작됐다. 합창단 ‘북공삘하모니’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단원 40여명을 모으는 데만도 한참 걸렸다. 그나마 어렵게 모은 단원들의 음감과 성량은 엉망이었다. 북공삘하모니가 달라진 것은 무대에 오르면서부터다. 아이들 대부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취감을 맛보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 데도 쓸모없다고 생각하던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 지난달 3일 이들은 꿈에 그리던 국립극장 무대에 섰다.
영화 <엘 시스테마>. 경향신문 DB
합창의 마법이 계속되고 있다. 2010년 1월 개봉한 영화 <하모니>가 맨 앞줄에 섰다. 여자교도소 재소자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합창대회에 출전하는 이야기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 52세 이상으로 구성된 청춘합창단, 김천소년교도소 합창단 ‘드림스케치’가 뒤를 이었다. 북공삘하모니는 한국판 ‘엘 시스테마’가 되었다. 베네수엘라의 무료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가 수많은 빈민가 아이들의 삶을 바꿔놓았듯이 북공삘하모니도 서울북공고 아이들의 인생을 달라지게 할 것이다.
합창은 노래하는 이들을 위로하지만, 때로는 듣는 이들에게 더 큰 위로가 된다. 드림스케치 공연을 지켜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붉어진 눈으로 앙코르곡 ‘네버 엔딩 스토리’를 함께 불렀다. 그는 “오늘 보고 들은 것은 공연이나 노래가 아니었다. 기적과 감동, 순수함이었다”고 했다. 청춘합창단의 노강진 할머니가 솔로를 하기 위해 무대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올 때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할머니가 멋들어지게 성공했을 때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위로받는 이는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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