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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뷰징(중복·반복 기사 전송)은 사라질까. 해외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뉴스·콘텐츠 유통망은 국내에 안착할 수 있을까. 네이티브 광고는 매체 생존의 활로가 될까.
디지털 뉴스 분야에서 2016년 한 해 동안 예의주시해야 할 일이 3가지로 떠올랐다. 국내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생태계 변화에 영향을 끼칠 만한 사안이 이미 시작됐거나 예고됐기 때문이다.
먼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제휴 심사 담당 기구로 신설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활동을 눈여겨봐야 한다. 제휴평가위는 지난 7일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공표하고 3월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그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 인터넷 뉴스 매체 난립과 선정적·광고성 기사 남발을 억제하기 위한 ‘자율 규제’의 첫걸음을 뗀 것이라 할 수 있다. 제휴평가위는 “언론사 제재 목적이 아니라 자정 능력을 기대하며 만든 것”이라면서 중복·반복 기사 전송, 기사로 위장된 광고·홍보, 선정적 기사·광고 등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방침이 각 언론사의 내부 자율 규제를 이끌어낸다면 독자들이 전보다 품질 좋은 기사를 더욱 많이 접할 수 있게 되고 뉴스를 소비하는 구조도 개선될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제재와 규제가 취지에 걸맞게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점이다. 제휴평가위가 “국내 온라인 뉴스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설립된 독립 기구”이고 언론 유관단체·이용자 단체와 학계·전문가 단체 등 15개 단체 대표로 구성돼 있으니 시장 사업자에 대한 외부 규제가 강화된다는 측면에 대한 논란은 일단 접어둔다 해도, 제재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거나 특정 매체에 유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제휴평가위의 제재가 강제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벌점을 받아들이지 않고 논쟁을 벌이거나 경쟁 매체 사이에 위반 신고가 횡행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제휴평가위는 공신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또 하나, 가장 중요한 맹점은 정부의 ‘직무유기’가 가려진다는 사실이다. 이제 ‘국내 온라인 뉴스 생태계 건강한 발전’의 공은 포털·제휴평가위와 개별 매체 쪽으로 넘어간 듯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터넷 신문 등록 요건을 ‘3인’에서 ‘5인’으로 강화해 5인 미만 매체의 포털 진입을 막는 것으로 공을 떠넘겼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관리 부실과 합당한 언론 정책 부재에 있다.
한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읽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뉴스 소비의 중심은 웹이 아닌 모바일 기기로 옮겨가고 있다._경향DB
다음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스’, 버즈피드 등 해외 유수의 뉴스·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올해 국내에 상륙하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이 포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국내 뉴스 유통구조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뉴욕타임스·가디언·슈피겔 등 전 세계 9개 매체와 제휴를 맺고 지난해 5월 출범한 인스턴트 아티클스는 아시아권으로 시야를 넓혀 올해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뉴욕타임스가 혁신보고서에서 최대 경쟁사로 지목했던 버즈피드도 조만간 한국에 들어온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한꺼번에, 편리하게 접하기를 좋아하는 젊은 독자들을 충분히 유인할 만하다.
이들이 국내에서도 성행한다면 뉴스 생산과 유통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 적합한 멀티미디어형 콘텐츠가 각광받게 되며 뉴스 유통망도 기존 포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해진다. 물론 언론 매체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종속될 우려도 제기된다. 독자들이 개별 언론사를 외면하고 소셜미디어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뉴스 전재료 대신 기사 페이지의 광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는 기존의 수익에 못 미쳐 제휴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세번째로 네이티브 광고의 확산 여부도 지켜볼 일이다. 향후 온라인 매체의 중요 수익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네이티브 광고가 올해 국내에서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네이티브 광고는 제작 비용이 많이 드는데, 너도나도 뛰어들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 ‘레드 오션’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미 소비자들이 이런 형식의 광고를 지겨워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켜볼 일이 많아진 올해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더욱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디지털 미디어 분야는 ‘퀄리티’를 중시하는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들의 도전에 맞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차준철 | 디지털뉴스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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