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에서 페이스북은 자기의 사적 이야기를 자기의 언어로 하는 공간이기도 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어와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마도 직접 말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말하는 편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리라. 지난 4월 중순, 페이스북에서 정말 많이 본 기사(내 페친들이 많이 인용한)는 칼퇴(정시퇴근) 없이 야근이 일상화된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건 당연하다는 호주사람 코켄의 의견(블로그 글)을 다룬 기사다. 마이클 코켄은 주한 호주대사관 무역대표부에서 1년 동안 일했고, 그 후 한국 대기업에서 1년간 근무했다고 한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1위 노르웨이가 75.9달러고 한국은 28위로 25.3달러다. 상위권인 유럽 국가들과는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코켄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 직장 문화의 가장 큰 문제를 ‘야근 문화’라고 꼽았다. 야근 문화는 그야말로 비자발성의 핵심 상징이다.
4월14일 MBC 다큐스페셜은 ‘자영업자 쇼크, 봄은 오는가’에서 자영업자의 문제를 다뤘다. 끊임없이 식당을 열고, 또 끊임없이 망하는 모습에서 되돌아갈 곳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보였다. 또, 정부의 세금지원이 몰리는 대기업은 오래도록 고용 없는 성장을 이어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업이 고용을 해 줘야, 자영업자들의 손님이 늘어나고, 또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경쟁력이 올라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 대기업은 혜택은 받지만 고용은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부정적 코멘트와 함께 많이 인용된 기사다. 재벌 및 대기업 비상장사가 총수 및 총수 일가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배당했다는 내용이다. 모 대기업은 비상장사를 통해 2013년 순이익 7억7000만원의 1300%에 이르는 100억원을 회장과 장남에게 배분했다. 순손실에도 총수 일가에게 배당한 회사도 있고,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회사도 3년째 배당을 하기도 했다. 대기업 비상장사는 대개 총수와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은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회사의 크기를 키워 이익 이상을 총수 일가에게 배당을 한다는 기사는 오늘 한국이 처한 현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설연휴 보낸 뒤 출근하는 직장인들
직장인들은 눈치를 보며 정시 퇴근도 못한다. 그나마 그런 회사에서 쫓겨나면 식당 창업으로 나서야 하는데 대부분 망한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 일가의 자식이라면 회사를 물려받지 않아도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일거리를 몰아 받은 뒤 부를 키운다. 그럼에도 나라의 정책은, 대기업 친화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기업과 ‘프렌들리’하다고 주장했고, 그 이전 대통령들도 별반 다를 건 없다.
지난 4월16일 아침 세월호가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지방선거가 앞으로 다가왔다. 현수막이 길거리에 휘날린다. 출근길에 눈에 들어오는 건 6·4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아니라 로또 가게의 1등 당첨 현수막이다. 아, 로또에 맞으면 대출금은 다 갚을 수 있겠지? 그런데 내 평생 로또 1등에 당첨될 가능성이 있을까? 대기업 총수의 가족은 해마다 다섯 번, 열 번 로또 1등을 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배당받는다.
평범한 사람들은 나와 몇몇 대기업들이 그렇게 키운 부를 마치 나의 것처럼 생각한다. 진짜 그럴까? 그건 그들의 돈일 뿐이다. 사실 1인당 국민 소득 몇만 달러라는 이야기도 공허한 숫자놀음이다. 당장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이 내 돈이다. 유치원생도 아는 진리인데, 많은 이들이 자주 잊어버린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어려운 이들이 세계 최고의 부자를 걱정해 준다.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에게 표를 준다. 이런 일방적 프렌들리는 좀 그만두는 게 좋겠다. 내 주머니를 보고, 누가 내 빈 주머니를 채워줄 것인가를 고민하자. 아무래도 1년에 로또 10번씩 맞는 이들은 아니지 않을까?
박인하 |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만화평론가
'=====지난 칼럼===== > 별별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찰총장도 선거로 뽑자 (0) | 2014.06.08 |
---|---|
어떻게 벌써 잊을 수 있나 (0) | 2014.06.01 |
헌집 줄게, 새집 다오 (0) | 2014.05.18 |
늙어가는 나라에 미래란 없다 (0) | 2014.04.27 |
‘침몰 원인’과 ‘참사 원인’은 구분해야 (0) | 2014.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