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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5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선거 판세는 극심하게 요동쳤다. 그 결과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선두 다툼을 벌이던 2강 3약의 구도는 문재인 후보가 독주하는 1강 2중 2약의 구도로 재편되었다. 각종 네거티브 공세와 논란이 있었지만, 이런 재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집단은 50대 유권자층이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실제로 이 연령대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4월 중순까지 29%와 30%를 오가다가 마지막 주에 43%로 뛰어오른 반면, 안철수 후보는 4월 초순에는 51%까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중순을 넘어서 40%, 22%로 급격히 하락했다.

두 후보가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는 동안 홍준표 후보는 반사 이익을 보았다. 4월 초만 해도 10%대 미만의 지지율이었으나 4월 말에는 16%에 도달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지난 2월에 진행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탄핵에 반대하는 50대 유권자가 24%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해 보인다. 50대의 이른바 ‘샤이 보수 지지자’ 일부는 4월 전반에 걸쳐 2강 후보 간에 네거티브 전선이 만들어지자, “어차피 정치인들은 다 똑같아”라는 식의 ‘정치 혐오’를 앞세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쪽팔림’의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공개적으로 홍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홍 후보가 TV토론에서 거침없이 혐오의 언어를 구사하며 자신의 후안무치함을 전시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는 뻔뻔함이야말로 부끄러움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뻔뻔함의 확산이야말로 보수세력 복원을 위한 제일선의 전략이라고 굳게 믿은 것이다.

한편 문재인 후보에 대한 50대의 지지율 증가를 주목해 보면 이와는 다른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즉 중도적인 성향을 지닌 50대 일부가 탄핵 이후의 대선 정국에서 안희정, 안철수로 이어지던 제3후보군을 두고 갈등하다 결국 문재인 후보에게 돌아섰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확실히 386세대의 정치인이나 진보 지식인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소식이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2002년 이후 보수와 개혁 구도의 정치 지형 내에서 입지를 마련한 이후, 자기 진영 내에서 다수파로 행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수파는 보수 진영에 패배하는 다수파였고, 또래 집단이나 출신 지역에서 소수파일 수밖에 없는 다수파였다. 그러니 그들 중 일부가 탄핵정국이 시작되자마자 서둘러 ‘박정희 체제의 종언’을 외치고 나섰던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박정희 체제란 다수파-소수파의 딜레마 해소를 위해 넘어야 하는 거대 장벽이었으니 말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그들의 승부수는 성공한 듯 보인다. 일부 지역과 또래 집단에서 다수파로 올라섰고, 선거의 승리도 눈앞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분석만으로 50대 지지율 변화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간 독특한 투표 행태를 보여준 50대 일부 소수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각종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 50대 소수파는 2002년 이후 세 차례의 대선에서 각각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으며 두 번의 대선에서는 승패를 좌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들이 개혁과 보수, 양 진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의나 민주-반민주 구도와는 거리를 둔 채, 소득·자산·교육·세제 등과 관련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의 전략적 투표 행위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경제적 성장 과정과 제도적 토대를 명확히 인식한 결과였다.

여기서 마지막 질문. 바로 이 50대 소수파가 혹시 특정 후보의 지지율 증가에 한몫 거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이들이 그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무얼까? 과연 차기 정권은 이들의 기득권에 영합하지 않고 경제 관련 개혁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까? 2000년대 중반, 종합부동산세와 부동산 실거래가의 도입이 이 소수파 상당수에게 계급적 각성의 계기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박해천 동양대 교수 디자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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