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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01년부터 유전자변형작물(GMO)을 원료나 첨가물로 사용하면 제품에 성분표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 GMO가 포함된 식품의 성분표시 확대를 놓고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학계 일부에선 “GMO 주요 수입국인 한국이 GMO 표시를 강화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식품업계는 “GMO 수출국이 GMO 표시제를 한국과 같이 운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 안전성 검증 안된 식품 정보, 소비자에 더 자세히 알려야


우리는 거의 대부분 매일 식탁에서 유전자변형작물(GMO)과 관련이 있는 식품을 대한다. GMO농산물이 포함된 배합사료로 사육된 닭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를 비롯하여, GMO콩으로 제조·가공된 간장, 된장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전자변형(GM) 기술을 이용하여 양식한 연어의 식용판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이렇듯 이제 우리 식탁에서 GMO식품을 배제하고는 식단을 꾸릴 수 없게 되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GMO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유전적 형질(DNA)을 인위적으로 변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생산한 생물체로 정의할 수 있다. GMO는 농산물을 병충해에 더 강하게 하거나, 제초제에 내성 등을 증가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기존 농산물을 보호하고, 이를 통하여 당해 농산물의 생산량을 증대하기 위하여 개발된 것이다. 따라서 생산농가 입장에서 GMO는 매우 반가운 것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의 안전성이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다.


우리는 한평생 식품을 섭취하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식품 섭취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평생 동안 언제, 어떠한 부작용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식품안전정책은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위험요인을 관리하여야 하며, 식품위해로 인한 건강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하여야 하며, 재배·사육에서부터 제조·가공을 거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일관되게 관리되어야 한다. 이것이 식품안전정책의 3대 기본원칙이다. 지금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의 대부분은 우리 선조들의 실제 섭취로 안전성이 인정된 것이다. 


GMO의 효시는 1994년 미국 칼젠사가 개발한 무르지 않는 토마토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따라서 사람들의 실제 섭취로 GMO의 안전성을 검증받을 수 없다. 과학적으로 GMO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부작용 사례로는 1996년 GMO콩 섭취 후 알레르기가 발생하여 제품 개발을 중단한 사례, 2000년 GMO옥수수를 먹인 닭이 보통옥수수를 먹인 닭보다 폐사가 2배 많았다는 사례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 사례만 가지고 GMO의 안전성을 부정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안전하다고 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GMO식품의 생산을 중단시킬 수 없다.


그러나 GMO식품을 구입하여 섭취하는 소비자는 물품 및 용역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를 소비자의 ‘알권리’ 또는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라고 한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국가에 대해서는 표시기준 제정의무를, 사업자에 대해서는 적정표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식품분야의 표시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식품 내용물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식품 내용물 중에서 ‘안전성 여부’가 과학적으로 확증되지 않은 경우 이의 안전성 여부는 소비자에게 알려주지 못하겠지만, 안전성이 확증되지 않은 내용물이 당해 식품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소비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이것은 소비자정보제공정책에서 기본적인 사항이다. 


GMO는 안전성이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식품 내용물에 GMO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러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GMO식품의 경우 표시제도를 통하여 GMO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부터 GMO식품 관련 표시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표시제도로는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식품에 GMO가 포함되었는지 여부를 아는 데 한계가 있다. GMO농산물을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이라도 GMO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검출되지 않거나, GMO가 식품 원료함량 5순위 이내에만 포함되지 않거나, 비의도적 혼입치가 3% 미만이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GMO의 법령 간 용어가 유전자변형, 유전자재조합 등으로 달라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으며 GMO농산물의 주요 수입국이기도 하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78.9%가 GMO를 반드시 표시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대에는 소비자 의향이 정부 정책이나 기업 경영활동에 잘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정책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기업은 오래 존속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루빨리 GMO식품 표시제도가 보다 강화되어 소비자의 알권리가 실제 소비생활에서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성용 | 한양여대 경영학과 교수>


■ GMO 원료 안 쓰는 식품, 가격 올라 서민들에겐 부담


유전자변형작물(GMO) 표시 확대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GMO 표시 확대와 소비자 알권리라는 내용도 수년째 논의되고 있지만, 이해당사자 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왜 이해당사자들이 합의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으며 자신들의 주장만 하는 것일까? 서로 깊이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우리나라의 GMO 표시 제도는 가공식품의 경우 식량자급률이 높아 가장 엄격한 GMO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보다는 완화된 것이지만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식량자급이 부족한 국가인 일본·대만보다는 강화된 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GMO 표시제는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국민의 대부분은 정부가 안전성 평가 심사결과 식용으로 승인한 식품인데도 불구하고, GMO 표시제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에 대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GMO 표시 확대에 앞서 예상 가능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사회·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제안코자 한다.


유전자변형(GMO)콩을 아기모형에게 먹이고있는 부시미국대통령으로 분장한 그린피의원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가공식품에 대한 GMO 검사방법은 현재 과학기술로는 정성분석만 가능하고, GMO DNA가 함유되어 있지 않은 식품의 경우 확인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식품들이 non-GMO 식품으로 수입되어도 확인할 수 없어 사후관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내 식품산업의 경우 식품 원재료의 8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고려할 때 수입원료, 특히 복합원재료의 GMO DNA 존재 여부를 서류증명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은 해당 수출국이 GMO 표시제를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으로 시행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이력추적관리제도 등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새 정부 들어 5개년 계획으로 가공식품에 대한 이력추적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올해 영유아 식품을 시작으로 이력추적제도가 전 식품으로 확대 정착된 후 GMO 표시 확대가 시행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편 GMO 표시제 확대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오히려 제한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GMO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의 경우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어 식품소비의 계층화가 우려되고, 이러한 상황이 심화될 경우 서민층의 식품 선택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서민계층의 선택권 문제는 새로운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또 GMO 표시제 강화에 따른 식품기업의 추가비용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농산물-식료품 가격지수로 따질 때, 소비자 부담이 1.65%에서 3.60%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생활물가지수의 상승은 물가 상승과 맞물려 나타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은 소득 상위계층보다 하위계층에게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소득 하위계층의 문제를 심화시키고 이를 수용하는 사회적 비용이 다시 증대되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GMO 표시 확대는 국가정책과 식량안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26위이며, 식량의 3분의 2를 수입해야만 하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가다. 더욱이 쌀을 제외한 옥수수, 콩, 밀 등의 자급률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EU는 식량을 100% 자급자족하면서도 세계 곡물교역량의 25%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EU가 GMO 표시를 가장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은 이러한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국익 중시의 식량안보 전략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파리의 한 지하철역에 걸린 유전자조작(GMO) 식품에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판 (AFP연합뉴스)


EU는 가공식품에는 가장 엄격한 GMO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반면 GMO 사료를 먹인 육류나 계란, 유제품에 대해서는 GMO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EU의 축산농가들이 비교적 값이 싼 수입 GMO 사료를 먹여 높은 가격의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면서, 미국의 GMO 곡물이나 이를 원료로 사용한 식품이 수입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치밀한 식량안보 전략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GMO 표시 확대는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시스템을 먼저 보완하고 소비자·학계·산업계 등의 합리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실현가능한 단계적 접근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며, 과학적 방법에 근거해 국민에게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게 추진해야 한다.


<김정년 | 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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