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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얘기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정에 사사건건 발을 걸던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이제 남은 개혁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갈 수 있겠다고 좋아한다. 확실한 지지로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어갈 자신감과 힘을 얻었다며 희망을 얘기한다. 나 또한 기쁘다. 그러나 흔들림 없이 추진할 개혁과제와 평화의 과정에 여성은 존재하는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6·13 지방선거는 성차별과 성폭력이 만연한 한국사회에 변화를 촉구하는 #미투운동의 자장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그러나 변화를 향한 의지와 노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주요 정당의 후보들은 모두 남성 일색이었고 눈에 띄는 정책 변화도 없었다. 경기도민인 나는 마지막까지 너무 머리가 아팠다. 아니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유권자들이 갈등하고 반목하게 만든 정치권에 화가 났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포스터

많은 여성들의 마음이 비슷했을까? 지방선거 직전인 6월9일 혜화역에 4만5000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며 한국사회에서는 ‘여성’인 것이 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후보가 적은 현실을 비판하는 ‘#투표용지에 여성정치인’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남성 독점적인 정치 구조의 폐해는 이미 증명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들이 만들어졌다. 지역구 30% 여성 할당제, 비례후보 교호순번제, 지방선거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여성후보가 없으면 후보등록을 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제도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은 ‘적당한 여성이 없다. 공천하고 싶지만 사람이 없다’며 여성들을 폄훼하고 남성독점 구조를 유지하려는 자신들의 의도를 은폐해왔다.

이번 시·도지사 선거의 정당별 여성후보 비율은 그들의 언설이 허구임을 잘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0%, 자유한국당 6.7%, 정의당 11%, 민중당 16.7%, 녹색당 100%. 군소정당에는 많은 여성들이 왜 주요 정당에는 없는가. 진짜 문제는 여성들이 발을 붙일 수 없고 정치리더로서 성장할 수 없게 하는 남성중심적인 정당의 문화이고, 사실은 여성이 없는 게 아니고 배제한 것이라는 증거가 이번 6·13 지방선거의 공천 결과다.

한 예로 구·시·군의 장 선거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226개 선거구 중 218곳에 공천을 했고 그중 11곳에 여성후보를 공천했다. 그런데 공천한 지역을 보면 11곳 중 4곳이 부산이고 한 번도 야당이 당선된 적 없는 지역이 2곳이나 된다. 생색내기 공천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단 한 명의 여성후보도 내지 않았고, 전원 당선되었다.

리더십은 기회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정치 리더십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더 많은 여성, 청년, 소수자에게 정치리더십 성장의 기회를 줬어야 했고 성평등한 미래를 위한 변화를 시작했어야 했다. 그것이 ‘여성’인 것 자체가 죄라고 인식할 만큼 성차별적인 한국사회를 만들어온 남성중심의 권력구조, 남성 독점적인 정치구조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에 응답하는 길이었다. 정치권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가 원내정당인 정의당을 누르고 4위를 기록한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김민문정 |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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